UAE 메탄올 프로젝트 계약식 기념사진. 남궁 홍 삼성E&A 사장(왼쪽), 마샬 알 킨디 타지즈사 사장 (사진=삼성E&A)
UAE 메탄올 프로젝트 계약식 기념사진. 남궁 홍 삼성E&A 사장(왼쪽), 마샬 알 킨디 타지즈사 사장 (사진=삼성E&A)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해외건설시장에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가 증가하며 업계에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 대형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연초부터 해외건설 목표액 500억달러의 약 10%를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 수주 여부가 목표 초과 달성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2월 28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47억477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1억5010만달러) 대비 121% 증가한 수치이며, 2020년(93억7000만달러) 이후 최대 규모다. 다만, 수주 건수는 82건으로 전년(133건) 대비 38% 감소했다. 대형 프로젝트 중심의 수주 증가로 인해 전체 수주액은 늘었지만, 건수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중동 수주액은 25억7727만달러로 전년 대비 167% 증가하며 전체 수주액 상승을 견인했다. 이는 삼성E&A가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석유기업 아드녹(ADNOC)의 타지즈(Taziz) 메탄올 플랜트 EPC(설계·조달·공사) 공사를 약 16억8500만달러에 수주한 영향이 크다. 또한, 현대건설은 사우디 전력청(SEC) 발주의 '태양광 발전 연계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 2건을 연달아 수주하며 총 3억8826만달러의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의 수주 효과로 중동 지역의 해외 수주 비중은 54.3%로 증가했으며, 이는 전년 같은 기간(44.9%) 대비 9.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중동 지역에 이어 북미·태평양 시장에서도 수주가 증가했다. 지난해 2억4435만달러였던 북미·태평양 지역 수주액은 8억2079만달러로 전년 대비 235.9% 증가했다. 이어 아시아(5억9584만달러), 아프리카(4억447만달러), 중남미(3억2521만달러), 유럽(2413만달러) 순으로 집계됐다.

기업별로는 삼성E&A가 17억1459만달러로 가장 많은 수주액을 기록했으며, 현대엔지니어링(7억7253만달러)과 현대건설(7억3270만달러)이 뒤를 이었다. 대우건설(3억3689만달러)과 쌍용건설(2억8890만달러)도 실적을 보였다.

정부는 올해 해외건설 목표 수주액을 500억달러로 설정했으며, 1~2월 동안 목표액의 약 10%를 달성했다. 특히 체코 원전 프로젝트의 본 계약이 4월 초에 체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 수주 실적이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한국수력원자력,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이 참여하며, 예상 사업비는 약 175억달러(약 24조원)에 달한다.

이 사업을 수주하게 되면 올해 해외 수주 목표액 달성에도 '청신호'가 켜지게 된다. 해외건설 연간 수주액은 지난 2010년 716억 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461억 달러로 주춤한 이후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00억 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1965년부터 2014년까지 누적 수주금액은 1조9억 달러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1, 2월 들어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하며 수주액이 크게 늘어났으며 향후 대형 프로젝트들에 대한 기대감과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면서 "특히 체코 원전 사업 수주가 목표액 초과 달성의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외건설 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존재한다. 해외 수주 사업의 상당 부분이 국가 발주 대형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어 국내 건설사 단독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중동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규모 프로젝트 추진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으며, 중국 및 인도의 저가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건설 잡지 ENR의 2023년 9월 발표에 따르면, 중동 지역 건설 매출 비중에서 중국이 25.3%로 1위를 기록했고, 이탈리아(13.6%), 한국(11.7%), 인도(10.6%)가 뒤를 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차별화된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건설 미수금 문제도 지속적인 과제로 지적된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에서 수주한 후 받지 못한 금액은 총 39억1800만달러에 이른다. 연도별로는 △2021년 12억달러 △2022년 13억5600만달러 △2023년 13억6300만달러로 증가 추세를 보였다.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해외건설 미수금 증가가 국내 건설사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안전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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