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카드대금을 토대로 발행한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박조아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카드대금을 토대로 발행한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이하 '전단채')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주장했다. 이날 현장에는 30여명의 피해자들이 참석했다.

ABSTB는 미래의 매출이나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대출채권을 만든 뒤, 이를 유동화해 돈을 빌리는 구조다. 홈플러스의 ABSTB는 홈플러스가 물품을 구매할 때 외상으로 결제한 신용카드 이용대금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채권이다.

카드사는 매출채권(받을 돈)을 증권사에 매각했고, 증권사는 이 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동화증권을 발행했다. 3개월 단기채권이었던 해당 상품의 만기일은 오는 17일이며, 이자율은 6~7%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가 카드대금을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를 통해 유동화 전단채를 구매한 투자자들은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는 "회생절차 개시결정 직전이었던 2월 25일에도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는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라는 특수목적법인(SPV)를 통해 전단채(ABSTB) 약 820억원을 발행했고, 홈플러스의 물품 구입대금으로 제공했다"며 "부실의 징후는 이미 드러나 있었고, 카드사와 홈플러스는 알면서도 물품 구매를 위해 직접 전단채와 CP를 발행해 기업회생 개시 전 치밀하게 자금 모집계획을 사전에 모의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홈플러스 카드대금을 토대로 발행한 유동화한 전자단기사채(ABSTB)를 상거래채권으로 분류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사진=박조아 기자)

이들은 지난 3월 5일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 피해금액 118억4000만원(ABSTB 76-1회)을 비롯해 3월 10일에도 324억8000만원(제일차 제77-1회, 제이차 제22-1회)을 돌려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비대위는 "저희들이 가입한 전단채(ABSTB)는 홈플러스가 물품구입 대금지급을 위해 현대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를 통해 발행한 3개월 만기의 단기채권"이라며 "홈플러스라는 대기업의 물품대금을 지급일과 일치시켜 돈을 빌려줬고, 홈플러스가 상품의 판매 후 상거래 발생 후 최종 물품판매 대금을 현대, 롯데 카드 등 카드사에 지불하면 카드사를 통해 최종 반환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믿고 홈플러스에 빌려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따라서 우리가 가입한 전단채는 일반 금융상품처럼 단순 금융이익을 위해서 투자한 것이 아니라 홈플러스와 카드사의 신용을 믿고 거래한 상거래 채권과 동일하다"며 "전단채(ABSTB)는 물품구매를 위한 채권이므로 상거래채권으로 분류돼 피해를 인정해 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대해서도 무책임하고 부도덕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비대위는 "어떻게 사모펀드가 이렇게 경제를 혼란에 빠트릴 수 있느냐"라며 "대한민국 시장에서 영원히 퇴출시켜야 한다"꼬 주장했다.

현장에 참석한 한 피해자는 "신영증권에서 발행한 상품인 줄 모르고, 다른 증권사를 통해 상품에 가입했다"며 "'좋은 종목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 '주식은 미국, 채권은 한국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 등의 이야기를 들었고, 결국 2억원 규모를 가입해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뉴스를 통해 피해 사실을 확인했고, 이후 증권사에서는 '기다려달라'라는 이야기만 들었을 뿐 추가적으로 들은 내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사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이야기는 이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을 대신해 진행을 맡은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의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증권사 불완전판매가 우선순위가 돼버리면 피해자와 증권사의 싸움이 된다"며 "홈플러스와 현대카드, 롯데카드의 부도덕성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홈플러스 전단채를 주관·판매한 증권사들에 대해 "이들도 피해자라고 볼 수 있으며, 같은 피해자인 만큼 힘을 합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신영증권 등 홈플러스 단기채권 판매와 관련된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20여개사는 지난 10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관련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한 공동 회의를 열었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ABSTB의 발행 주관사 중 한 곳이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채권은 카드대금을 토대로 발행하는 ABSTB, 기업어음, 전자단기사채 등 총 6000억원 규모다.

홈플러스 전단채 판매사 관계자는 "8~9곳에서 해당 전단채를 판매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피해 발생을 막기 위해서 증권사들끼리 협조하고 있으며,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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