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대형마트 매출 기준 2위인 홈플러스가 유동성 위기로 회생 절차에 들어가면서, 소유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경영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홈플러스뿐만 아니라 MBK가 인수한 식품 및 의류 기업들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각종 논란에 휘말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전에 참여하고 있어 관련 파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2015년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테마섹(Temasek)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인수 비용 중 실제 투자금(블라인드 펀드)은 2조2000억원에 불과했으며, 나머지는 홈플러스 명의로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코로나19 이후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대형마트 업계가 침체에 빠졌고,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던 홈플러스의 재무 구조는 더욱 악화됐다. 현재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3215.1%로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으며, 연간 순수 이자 비용만 3000억원을 초과한다. MBK 인수 이후 2016년부터 2023년까지 지급한 이자 비용 총액은 약 2조9329억원으로, 같은 기간 영업이익 총합(4713억원)보다 2조5000억원 이상 많다.
MBK는 애초에 5~7년 내 엑시트(투자금 회수 후 매각)를 목표로 했기 때문에, 투자금 회수를 위해 20여 개 점포와 홈플러스의 부동산 자산을 매각해 왔다. 업계 추산에 따르면, 대전둔산점(3802억원), 경기안산점(4300억원) 등 핵심 점포를 포함한 부동산 매각으로 코로나19 이전까지 2조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점포 수 감소로 인해 홈플러스의 실적은 더욱 악화됐다.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특화 매장을 도입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홈플러스는 별다른 전략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2021년부터 연평균 2000억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홈플러스 외에도 MBK가 인수한 기업들은 각종 문제에 휘말리고 있다.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기업에서 가맹점주 및 소비자 피해가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네파는 MBK 인수 이후 실적이 급감했다. 2013년 MBK가 인수하기 전 네파는 4700억원의 매출과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이후 실적이 하락세를 탔다. 2014년 영업이익은 929억원, 2016년 385억원, 2017년 329억원으로 급감했고, 2020년에는 67억원으로 100억원 미만을 기록했다. 현재는 100억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MBK는 11년째 네파 엑시트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MBK는 롯데카드 엑시트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hc의 경우 2018년부터 투자해 현재 최대 주주다. bhc 측은 "MBK가 최대 주주인 것은 맞지만, 다이닝브랜드그룹이 독자적으로 경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MBK파트너스는 중견기업을 인수한 후 몇 년 내 비싼 가격에 되파는 바이아웃(buyout) 전략을 통해 시세차익을 실현하는 사모펀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보다는 인수 차입금 상환과 단기 성과 창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특히 실세로 꼽히는 김광일 MBK 부회장은 홈플러스 대표이사를 지낸 인물로, 현재도 공동대표이사 2곳, 사내이사 1곳, 기타비상무이사 13곳, 기타비상무이사 겸 감사위원 1곳 등 총 18개 직책을 맡고 있다. 업종이 다양해 경영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MBK가 기업 성장보다는 빠른 엑시트에만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도 MBK는 비철금속 제조기업 고려아연 인수에 집중하고 있다. 문제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협력업체 납품 대금 지급이 지연됐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홈플러스가 연내 상환해야 할 시장성 차입금(회사채·단기채)은 2440억원에 달한다. 총 금융부채는 2조원이 넘는 상태다.
홈플러스 측은 "익스프레스, 홈플러스몰 등 모든 채널이 정상 영업 중"이라며 신뢰 회복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미지 타격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라면세점, CJ푸드빌(뚜레쥬르·빕스·더플레이스), 에버랜드 등 주요 제휴사가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한 것도 악재다.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상품권은 금융 채권이 아닌 상거래 채권으로, 기업회생절차와 관계없이 전액 변제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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