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경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내부. (사진=박소다 기자)
오후 3시경 롯데면세점 명동본점 내부.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면세점 업계가 1979년 관련 시장이 개방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고객 수 감소, 고객 유치를 위한 높은 수수료 부담, 고환율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백화점, 뷰티 스토어, 편의점 등 간접적인 경쟁자들의 성장이 두드러지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면세점 업계는 올해 수익성 위주의 경영에 집중하고, 상품과 매장 구성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3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 본점은 단체 패키지 여행객들이 주로 찾는 오후 2~3시에도 큰 인파를 볼 수 없었다. 특히 중저가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젠틀몬스터, MLB 등 중국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일부 매장에만 손님이 있었고, 고급 브랜드인 샤넬, 에르메스, 생로랑, 버버리 등의 매장은 고객이 없어 업계의 불황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은 롯데면세점뿐만 아니라 업계 2위와 3위인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면세점 본점은 백화점에 비해 접근성이나 외부 노출이 적어, 일부러 들르지 않으면 찾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본점은 각각 백화점 본점의 꼭대기 층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라면세점 본점은 호텔신라 근처에 있지만 입구가 잘 보이지 않아 면세점인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재 시내 면세점들은 중국 단체 패키지 여행객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편이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중국인 직원만을 볼 수 있었다. 기자가 만난 한 내국인 쇼핑객은 "요즘 공항이 붐비고 있다는 소식에 여유 있게 시내 면세점을 방문했지만, 매장 직원들이 한국어를 할 수 없어 의사소통이 안 돼 불편했다"고 토로했다.

공항 면세점의 상황도 좋지 않다. 올해 설 연휴 동안 인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지난해 설 연휴보다 약 13% 증가했지만, 면세점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공항 혼잡으로 고객들이 쇼핑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공항공사 측에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왼쪽) 지하철 역에서 가장 가까운 신라면세점 본점의 입구 출입문.  외부에서 봤을 때 면세점인지 알기 어려웠다. (오른쪽) 면세점 내부. (사진=박소다 기자)
(왼쪽) 지하철 역에서 가장 가까운 신라면세점 본점의 입구 출입문. 외부에서 봤을 때 면세점인지 알기 어려웠다. (오른쪽) 면세점 내부. (사진=박소다 기자)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실적 회복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한국면세점협회 자료를 보면 면세점 총매출액은 2019년 24조8600억원에서 2020년 15조5000억원으로 감소한 후, 2023년에도 13조7600억원으로 또다시 줄어들며 회복되지 않았다. 지난해 매출은 14조2249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지만, 이는 고환율 기조에 따른 원화 기준 착시 현상에 불과하며, 달러 기준으로 보면 3년 연속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

면세업계는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관광객 수 감소 △고객 유치를 위한 과도한 할인 경쟁 △중국 내수 경기 침체 △고환율 등을 들고 있다. 또한, 백화점들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가세 즉시 환급(tax refund)을 제공하는 등 면세점과 차별화되지 않으며, 면세점의 디스플레이나 고객 경험 면에서 부족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올리브영, 다이소 등이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한국 상품을 취급하면서 간접적인 경쟁자가 되면서 면세점의 경쟁력이 약화했다. 올리브영의 경우에도 환급 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결국 면세점들은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부터 희망퇴직을 시행했으며, 롯데면세점은 중국 보따리상(다이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부산 센텀시티점의 운영을 12년 만에 종료하고 면세 특허권을 반납했다.

신세계면세점을 제외한 3개 면세점(롯데, 신라, 현대)은 올해 수장을 교체하며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올해 면세점들은 매출 확대보다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지향하며, 개별 고객을 타겟으로 한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방한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1637만명으로, 2023년 1103만명보다 48.4% 증가했다. 중국 관광객 비중은 28%에 불과하며, 다른 국가에서 온 관광객들의 수가 더 많다. 면세점을 찾은 고객은 지난해 2844만명으로, 내국인 고객이 1910만명, 외국인 고객이 933만명으로 내국인 비율이 높았다. 이를 통해 내국인과 외국인 잠재 고객 모두 많은 상황임을 알 수 있다.

면세점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단독 상품 판매와 단독 매장 유치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최근 롯데면세점은 싱가포르의 프리미엄 커피 브랜드 '바샤(Bacha Coffee)'와 협업해 국내 단독 선물 세트를 판매하고, 대만 위스키 브랜드 '카발란'과 협업해 글로벌 단독 상품을 선보였다. 신라면세점은 인천국제공항에 LVMH 그룹의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LOEWE)' 매장을 오픈했으며,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제2터미널점에 아이웨어 브랜드 '린드버그'의 단독 매장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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