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롯데면세점이 중국인 다이궁(보따리상)과의 거래를 전면 중단하기로 하면서 다른 면세점들도 이 같은 결정을 뒤따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면세점들은 다이궁 유치를 위해 높은 할인율을 지불하면서 수익 악화를 겪고 있지만, 현재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대형 고객인 만큼 전면 거래 중단은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15일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동하 대표이사 체제 아래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기업형 다이궁 상품의 발주를 담당하던 특판조직을 해체하고, 이달부터 면세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2017년 중국 정부의 한한령(限韓令·한국상품 불매)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줄자, 국내 면세점들은 다이궁 유치를 위한 경쟁을 시작했다. 면세점 입장에선 재고 관리를 쉽게 할 수 있고, 매출 규모도 키울 수 있어 주요 고객으로 타켓팅했다. 일부 면세점은 제품 금액의 할인율을 최대 50%까지 늘리기도 했다. 팔면 팔수록 손실을 떠안는 구조에 이후 면세점들이 상호 합의해 수수료 인하를 35% 안팎으로 낮췄지만 할인율이 여전히 높아 수익 악화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돼 왔다.
지난해 3분기까지 면세점 4사의 누적 영업손실은 1355억원에 달한다. 롯데면세점이 922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라면세점이 258억원, 현대면세점이 171억원, 신세계면세점이 4억원 적자를 봤다.
롯데면세점이 선제적으로 다이궁과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한 것은 이런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다. 김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과거 면세점이 볼륨(매출) 중심 성장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성 중심의 경영 활동을 추진할 시점"이라며 "거시적 관점에서 사업성을 재검토하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다이궁이 롯데면세점 매출의 약 50%를 담당하던 대형 거래처였다는 점이다. 해당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회사는 고객 유입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결국 집중해야 할 곳은 개별 관광객과 패키지 관광객으로, 일반 관광객에 맞춰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늘리고, 고객 유입을 위해 OTA(온라인 여행 플랫폼)업체, 여행 필수 서비스 관련 업체들과 제휴를 강화할 예정"이라며 "이를 위해 지난해 폐지했던 마케팅부문을 다시 신설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신설된 롯데면세점의 마케팅부문에는 △마케팅 전략팀 △FIT(자유여행객) 마케팅팀 △여행사 마케팅팀 △커뮤니케이션팀이 배치됐다.
롯데를 제외한 3개 면세점은 아직까진 다이궁과의 거래 중단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신라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안이 없다"며 "면세 업계가 어려운 만큼 내실경영에 집중할 계획이다"라고 했다.
신세계면세점(신세계DF)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다이궁에게 내주는 송객 수수료(할인율)이고, 회사는 이 부분을 줄여나가면서 수익성 개선에 노력을 하고 있다"며 "다른 면세점이 선제 조치를 한 부분에 대해선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업계 후발주자로 점포를 키워가고 있는 상황이라 회사의 영업손실이 다이궁 때문만이라고 단정 짓긴 어려운 것 같다"며 "그러나 (업계 정황상) 지난해부터 다이궁 거래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면세업계에선 매출 1위던 롯데면세점의 다이궁 거래 중단으로 해당 다이궁들이 나머지 3개 면세점에 나눠져 유입될 거라 보면서도, 이득일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평가다. 다이궁 송객 수수료 개선 필요성 외에도, 전반적인 소비 침체 상황을 수익 감소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면서 중국인을 포함한 일반 소비자들이 면세 상품의 이득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한 관계자는 "면세점 통계를 보면 내국인은 객 단가가 지속 떨어지고 있고, 외국인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코로나19 이후 내수 경기가 쭉 안좋다보니 내·외국인, 다이궁들의 구매력이 모두 악화돼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