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현대차와 손잡고 더 나은 미래 모빌리티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자동차경주장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 도요타 가주레이싱 페스티벌' 개막식에 참석한 토요다 아키오 도요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 업계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같이 밝혔다.

아키오 회장과 함께 개막식 현장을 찾은 정 회장은 그의 이러한 말에 "아키오 회장은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이고, 배울 점 역시 많은 분"이라면서 "도요타와 모터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화답했다.

업계는 양사 회장의 발언을 두고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 간 협력이 모터스포츠 분야뿐 아니라 막대한 투자와 노력이 요구되는 수소차 분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두 회사 모두 수소차를 미래 모빌리티 핵심 사업으로 보고, 시장 확대에 역량을 기울이고 있어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11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할 계획이며, 지난 1월에는 기존 수소연료전지 브랜드 HTWO를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도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수소트럭 엑시언트FCEV를 양산, 유럽과 미국 등에서 실주행을 진행하며 여러 운행 정보를 쌓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국내에서 새 수소 콘셉트카를 공개할 예정이다.

도요타그룹은 수소차를 새 성장동력으로 보고 관련 특허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허 업계에 따르면 도요타그룹은 올 들어 5월까지 일본,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수소차 관련 특허 2만2000여개를 보유 중이다. 이는 전체 수소차 특허의 20%에 해당하는 숫자다. 특허 대부분은 경주용 수소차를 개발하며 받았다는 게 이 그룹 측의 설명. 아키오 회장은 모터스포츠를 통해 더 좋은 차를 만들 수 있다며 경주용 수소차를 실전에 투입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보유한 운행 정보와 특허 기술을 활용한다면 시장 내 기술 표준 등 기반 작업을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구개발 비용 절감 등을 통한 수소차 대중화와 수소충전소 등 기반시설 구축에도 중요한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의 수소차 협력은 중국의 시장 진출을 견제하는 의미도 있다고 봤다. 그는 "현대차그룹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독일 폭스바겐그룹 산하 스코다와 수소동맹을 맺고 있고, 도요타그룹은 독일 BMW그룹과 수소차 개발 제휴를 체결한 상태"라며 "양사 간 협업이 성사되면 한국, 일본, 미국, 유럽을 잇는 '수소차 벨트'를 형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중국은 2030년 수소차 10만대, 수소충전소 1000곳을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우면서도 최초 보급 시기는 함구하고 있다. 중국 완성차 업체의 수소차 양산 기술 확보 전까지 발표를 미루는 것이다. 결국 10년 전부터 수소차를 양산 중인 한국과 일본이 협력해 생태계 조성에 앞장 설 필요가 있다.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은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 및 강화하고, 수소차 대중화를 위한 모델을 시범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도요타그룹 모두 수소차 기술 자립도는 99% 이상으로, 기존 전기차 판매에 따른 수익 대비 높은 영업이익율이 예상되는 분야다. 당연히 일부 기초 기술을 공개해서라도 각국 친환경차 보급 정책에 수소차를 포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구영모 한국자동차연구원 친환경기술연구소장은 "현대차그룹과 도요타그룹이 힘을 합치면 수소차 시장 확대는 물론, 수소연료전지 가격 하락과 이를 통한 경쟁력 강화, 수소충전소 등 기반시설 확대까지 기대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중국의 진출도 견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