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품는다···지분 49.3%·경영권 확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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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호스 방식···외국기업·현대重·삼성重 참여 불가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산업은행이 21년간 보유하고 있던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공식화하고 우선인수권자로 한화그룹을 선정했다. 한화그룹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에 2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게 된다. 다만, 산업은행은 더 유리한 조건의 투자자를 추가로 모집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계약 과정에서 대우조선 인수 주체가 바뀔 가능성도 있다.

산업은행은 26일 대우조선과 한화그룹이 2조원의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이날 체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정부는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이같은 내용의 대우조선해양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유치 방안을 결정한 데 따른다.

우선인수권자로 선정된 한화그룹이 최종입찰자가 된다면 대우조선에 2조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49%의 지분과 경영권을 확보한다.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보유 지분은 현재 55.7%에서 28.2%로 줄어든다.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원), 한화시스템(5000억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개사(1000억원)이 참여한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주식은 총 1억443만8643주로, 신주 발행가액은 1만9150원이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1월 현대중공업과의 합병이 무산된 직후부터(대우조선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진행한 결과 현재 경쟁력 수준과 시장환경에서는 자력에 의한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왔고, 대우조선해양의 체질을 개선하고 중장기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역량 있는 민간주인 찾기가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판단했다"며 매각 결정 배경을 밝혔다.

다만, 한화그룹의 대우조선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대우조선은 한화그룹과의 투자합의서를 체결한 후 한화그룹보다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투자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스토킹호스 절차에 따라 경쟁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한화그룹에 우선협상권을 주되, 한화그룹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 후보자가 나타날 경우 해당 후보자와 한화그룹이 최종 매각경쟁을 겨루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은 다음달 17일까지 약 3주간 대우조선에 대한 경쟁입찰 참여 입찰의향서(LOI)를 접수할 예정이다. 이후 최대 6주간 인수 후보자들이 대우조선에 대한 상세실사를 진행하고, 산업은행은 최종 투자자를 선정한다.

다만, 이번 LOI에 해외기업과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참여는 불가능하다. 대우조선의 경우 국가 핵심기술을 많이 보유한 데다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앞서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간 '빅2' 합병을 불승인했던 전례를 고려한 조치다.

강 회장은 "대우조선의 LNG에는 국가혁신 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고 방산부분에서도 국가기술이 많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해외 주체 인수자에는 입찰자격을 주지 않을 예정"이라며 "기업결합이슈에서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입찰하게 되면 딜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두 회사도 받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돼 한화그룹이 대주주로 올라서게 되면 대우조선 경영진 교체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산업은행은 2대주주로서 대우조선에 사외이사를 파견하고, 경영진 선임 과정에 관여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날 매각가가 2조원으로 결정되면서 헐값매각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채권금융기관은 대우조선 분식회계 사태가 불거진 2015년 이후에만 대우조선 구조조정에 총 4조2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산업은행이 총 2조6000억원, 수출입은행이 총 1조6000억원의 신규자금을 투입했다.

이와 관련, 강 회장은 "지난 21년간 산은이 대우조선 대주주로 있었고 2015년 부실화 이후에는 7년 가까이 대우조선이 산은의 품에 있었다"며 "그동안 기업가치는 속절없이 하락했고 작년 1조7000억원, 올해 상반기 6000억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매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과감하게 R&D(연구·개발) 투자와 경영효율화를 할 수 있는 민간 주인 찾기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향후 대우조선의 요주의여신이 정상여신으로 분류되면 대손충당금이 이익으로 전환되고, 현재 2만원대에 머물러 있는 주가가 상승하면 저희가 투입한 금액의 상당 부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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