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의 선택과 집중···비주력 접고 '파운드리·NFT' 경쟁력 제고
삼성·LG의 선택과 집중···비주력 접고 '파운드리·NFT' 경쟁력 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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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오세정 기자)
삼성전자 서초사옥, 여의도 LG 트윈타워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양대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택과 집중' 기조를 바탕으로 '사업부 구조조정'에 나섰다. 성장성이 낮거나 시장에서 매출 점유율이 떨어지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기존 주력 사업과 미래 신성장 사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사업부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한 자산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LG전자는 미래 신사업으로 주목하는 자동차 전장과 로봇 등을 비롯해 IT·블록체인 등 소프트웨어(SW) 분야로 투자를 확대해 사업 구조를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 LG, 모바일 이어 태양광도 철수···삼성, 종속기업 대거 정리 =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휴대폰 사업 철수에 이어 올 하반기 태양광 사업까지 정리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태양광 패널 사업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 데다 폴리실리콘 등 원자재 비용 상승까지 이어지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의 태양광 패널 시장점유율은 1%대로 2019년 매출 1조1000억원대에서 2020년 8000억원대로 하락했다. 현재 회사 전체 매출에서 태양광 패널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오는 6월 30일자로 태양광 패널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23일 밝혔다. 2010년 태양광 패널 사업을 시작한지 12년 만의 결정이다. LG전자 측은 공시를 통해 "태양광 패널 사업의 종료로 단기적으로는 전사 매출액의 감소가 일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사업체질과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에는 26년간 이어온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미래 IT생태계에서 모바일기기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돼 누적적자 5조원이 넘고 철수 직전까지 24분기 연속 적자가 나면서도 포기하지 못했던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한 것이다.

LG전자가 생산공장에 태양광 발전소를 도입하며 재생에너지 전환에 속도를 낸다. 사진은 태국 라용(Rayong) 소재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모습. (사진=LG전자)
사진은 태국 라용(Rayong) 소재 LG전자 생활가전 생산공장 옥상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된 모습. (사진=LG전자)

삼성전자도 지난해 투자 대비 성과가 적은 종속기업 13곳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개된 202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종속기업은 228개로, 전년 241개와 비교해 13개(5.2%) 줄었다. 이는 전장·오디어 자회사 하만의 종속회사 18개를 정리했던 2017년 이후 최근 5년 내 종속기업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것으로, 삼성전자가 사업 시너지가 나지 않는 자회사 등을 과감하게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정리한 종속기업은 △서버용 반도체 저장장치(스토리지) 제조·판매 기업 '스텔루스테크놀로지스' △풍부한통신서비스(RCS) 개발 기업 '시그마스트 커뮤니케이션즈' △네트워크 트래픽·서비스 품질 분석 솔루션 기업 '지랩스' △하만 커넥티드 서비스 △삼성디스플레이 산하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망 설계 기업 '텔레월드 솔루션즈 라탐비' △에스엔비 테크놀로지스 멕시코 등이다. 

◇ 삼성, 대형 M&A '실탄' 확보?···LG는 IT·블록체인 집중 = 이 같은 삼성과 LG의 비주력 사업 정리는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심화한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사업성이 낮거나 효율이 떨어지는 종속기업을 정리하고, 현재 보유중인 현금성자산을 활용해 대형 M&A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전장, AI, 로봇 등 분야에서 M&A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반도체 경쟁사들이 대규모 투자와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도 이 같은 행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 세계 파운드리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올해에만 440억 달러(한화 약 52조5000억 원)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에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를 뺏긴 인텔도 올해 220억 달러(약 26조2300억 원)를 투입해 미국 애리조나에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인텔은 이달 파운드리 기업 '이스라엘 타워 반도체'를 54억 달러(6조40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최근엔 엔비디아가 인수하려다 실패한 영국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ARM' 인수 의사도 밝혔다. 

앞서 지난 11일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독일 증강현실(AR)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소프트웨어 전문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하면서 업계 관심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신사업으로 꼽고 있는 전장 사업과 관련해 대형 M&A를 위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온 바 있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해당 인수건에 대해 “자회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회사가 밝힌 3년 내 주요 M&A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기준 확보한 '실탄'은 순현금 기준 105조8100억원에 달한다. 전년 말 104조5100억원 대비 1년 새 1조3000억원이 증가했다. 여기에 차입금과 1년 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 등을 포함하면 삼성전자가 당장 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만 2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한 상황으로, 결국 파운드리에서의 파격적 진전이나 의미있는 인수합병(M&A)를 통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장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LG전자는 태양광 사업 종료를 기점으로 신사업 발굴에 나선다. 태양광 패널 사업이 속한 B2B 사업을 담당하는 BS사업본부는 IT(모니터, 노트북 등), ID(사이니지, 상업용 TV 등), 로봇 사업 등에 집중하기로 했다. 또 사업본부 및 전사 차원의 신사업을 검토, 육성한다. 신사업의 경우 사내벤처, CIC(사내회사) 등 혁신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역량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 전략적 협력 등도 검토할 계획이다.

특히 LG전자는 전통적인 하드웨어(HW) 중심의 사업 체계를 소프트웨어(SW) 및 콘텐츠 분야까지 확대해 사업 경쟁력을 제고할 것으로 보인다. 대체불가능토근(NFT) 기술 등 블로체인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LG전자는 주주총회소집결의 공시를 통해 오는 3월 24일 정기주주총회에서 '블록체인 기반 소프트웨어의 개발 및 판매, 암호화 자산의 매매 및 중개업', '의료기기의 제작 및 판매업' 등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정관 변경 승인안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의료기기와 화장품 판매업은 기존 홈뷰티사업부에서 판매중인 미용 관리기기 '프라엘'과 관련된 내용이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대목은 LG전자가 처음으로 정관에 블록체인 사업을 명시한다는 점이다. 관련 사업에 본격 진출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최근 LG전자는 블록체인 시장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2일부터 내달 9일까지 스타필드 하남에서 열리는 ‘Amulet 호령展_범을 깨우다’에 참여해 NFT 예술작품을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로 선보인다. 

또 이달 16일 디지털아트 플랫폼 업체 블랙도브(Blackdove)와 협업해 LED 사이니지에 NFT 디지털아트 플랫폼을 탑재한다고 밝혔으며, 10일에는 내부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과정 인증서를 NFT로 수여하기도 했다. 이달 중으로는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 엑스와 협업해 카카오의 디지털지갑 클립(Klip)에 구매 보관 중인 NFT 작품을 TV에서 감상할 수 있는 드롭스갤러리(Drops Gallery)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지속 가능 및 사업의 고도화를 목표로 안정적인 이익을 기반으로 전사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해나갈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성이 분명한 미래사업 중심으로 전장, 로봇, 스마트솔루션(플랫폼), B2B 부문에 대한 투자가 강화될 것으로 보이고 신사업 확대를 위한 지분 투자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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