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민주노총 전국택배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의 총파업이 6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200여 명의 조합원들이 서울 중구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10일 오후 2시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점거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로 파업 45일째를 맞았지만 CJ대한통운은 노조의 대화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며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서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결국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시간을 끌어서 생계에 지친 조합원들의 탈퇴를 유도하겠다는 CJ의 의도가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며 "우리도 오죽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냐"고 토로했다.
그간 노조는 CJ대한통운을 상대로 △사회적합의를 악용한 돈벌이 중단 △당일배송, 주6일제, 터미널도착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 독소조항을 담은 부속합의서 제외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해왔다.
특히 총파업의 쟁점이었던 택배수수료 인상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제시해달라고 촉구했다.
노조는 '요금인상분은 140원이며 인상분의 절반 이상이 택배기사 수수료에 반영되고 있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그 주장이 맞다면 대국민 사과와 파업철회를 진행할 것이고, 설령 사실이 아니라고 해도 사측이 어떤 형식으로건 요금 인상분의 절반을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사용할 것을 약속한다면 곧바로 현장 정상화를 시키겠다"고 약속키도 했다.
그러나 사측에서 검증 제안을 거부하고 있으며 어떠한 교섭과 대화도 없이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노측 주장이다.
결국 노사간 접점 찾기가 어려워지면서 택배대란으로 인한 국민 피해가 커지가 노조는 본사 기습 점거에 돌입하게 됐다.
이날 조합원들은 1층 로비를 점거하고, 일부는 사무실 진입을 시도했다. 본사 진입 과정에서 유리문이 깨지는 등 일부 충돌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 위원장은 "전날 진행된 '파업사태 해결을 촉구하는 대리점 소장 기자회견'에서 CJ대한통운이 대리점들에게 '이번 기회에 노동조합을 완전히 없앨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더 버티라'고 요구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결국 이번 파업 사태의 원인, 그리고 설 택배대란과 파업 장기화의 원인이 CJ대한통운의 '노조 죽이기'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택배기사들의 인권 요구가 대역죄라도 되는 것이냐"며 "사회적합의의 주체인 정부와 집권 여당 민주당은 CJ대한통운의 사회적합의의 무력화 시도를 막고, 파업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J대한통운은 이와 관련해 "택배노조가 본사 건물에 난입해 로비와 일부 사무실을 불법 점거했고 이 과정에서 회사 기물이 파손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집단 폭력을 행사했다"며 "즉각 퇴거와 책임자 사퇴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비관용 원칙에 따라 관련자 모두에게 형사적, 민사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