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소송' 교보생명·어피니티, ICC판결 놓고 서로 승소 주장
'풋옵션 소송' 교보생명·어피니티, ICC판결 놓고 서로 승소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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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2차 공판 앞두고 양측 공방 가열
보고서, 부정공모 여부·가격산정 방법 '쟁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재무적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이 '풋옵션' 관련 2차 공판을 하루 앞둔 가운데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판결을 놓고 서로 "이겼다"며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다양한 쟁점에서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특히 보고서 인정 여부를 두고 한차례 팽팽한 신경전이 오갔다.

ICC 중재판정부가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이 '부정 공모' 혐의로 기소된 부분에 대해 검찰 기소 사유와는 다르게 안진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독립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면서도, 중재판정부는 수시기관이 아니기에 안진의 유죄 여부를 판단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판시했기 때문이다. 

ICC 중재판정부가 유죄 확정 전까지는 무죄를 전제로 한다는 원칙도 명시한 만큼 안진회계법인 관련 공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공판에서는 '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부정 공모가 있었는지'를 둘러싼 치열한 증거 다툼이 예상된다. 

오는 10일 서울중앙지법은 공인회계사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컨소시엄 임직원과 안진회계법인 회계사에 대한 두번째 공판을 연다. 재판에는 남모 씨 등 안진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3명과 정모 씨 등 어피니티 컨소시엄 임직원 2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앞서 이들은 교보생명 풋옵션 가치 평가 과정에서 가격을 부풀리는 등 부정 공모를 했다는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안진이 어피니티 컨소시엄에게 부정 청탁을 받고 교보생명의 공정시장가격을 독립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전문적인 판단을 거쳐 결정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 7일 ICC 중재판정부 판결문을 일부 공개하며 "ICC 중재판정부는 주당 40만9000원이라는 풋옵션 가격을 산정한 안진의 평가보고서가 유효하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행사가를 산정한 보고서 자체에 결격사유가 없다고 본 것이다. 어피니티는 자료를 통해 ICC 중재판정부가 안진이 교보생명 주식가치를 독자적으로 산정했다고 판단했고 이는 어퍼니티 컨소시엄과 안진이 주고 받은 이메일들을 모두 검토해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어피니티는 "주주간계약에 따르면 양쪽이 모두 가격을 산정해야 하는데 신창재 회장 측이 평가기관을 선임하지 않고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번 중재에서는 금액을 확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일 뿐 안진의 평가보고서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보생명은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해석에 대해 "ICC 중재판정문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국내에서 한창 진행 중인 형사재판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마치 ICC 중재판정부가 안진의 한국공인회계사법 위반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검찰의 기소가 올해 초에 이뤄지면서 딜로이트 안진이 한국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자료를 늦게, 제한적으로 제출했다는 게 교보생명의 주장이다. 교보생명은 "중재판정부가 충분히 검토할 증거와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판정 내릴 수 없다고 명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 과정에 대한 ICC 중재판정부의 판단과 현재 국내법원에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별개의 건"이라며 "실제 공판에서는 이메일을 비롯한 여러가지 진술증거들이 다뤄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생명은 보고서 내 풋옵션 가격산정 방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교보생명은 "ICC 중재판정부는 풋옵션 가격이 행사 당일의 적정시장가치(FMV)를 초과할 수 없다고 명확히 기술했다"며 "풋 행사일인 지난 2018년 10월 22일이 아닌, 그해 6월 30일 기준으로 1년치 평균 주가를 사용한 안진의 방법은 잘 못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공판에서도 '가격 산정 방법'에 대한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풋옵션 가격산정 과정에서 부정 공모가 있었는지, 풋옵션 가격산정 방법이 적정한지 여부에 따라 향후 법정 공방에서 진정한 승자가 가려질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CC 판결로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의 쟁점이 더 선명해지고 공방은 더 치열해진 측면이 있다"며 "ICC 판결 직후 이뤄지는 이번 공판이 풋옵션 분쟁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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