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제2충혼당 증축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던 25t 크레인이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크레인 운전자 1명과 인근에서 일하던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오후 1시 30분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내 제2충혼당 증축 건설 현장에서 작업하던 25t 크레인이 옆으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크레인 운전자 1명과 인근에서 일하던 작업자 1명이 경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가 입법예고 계획을 밝힌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경제단체들이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산업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시행령 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9일 논평을 내고 "경영 책임자의 의무 등 많은 부분이 여전히 포괄적이고 불분명해 어느 수준까지 의무를 준수해야 처벌을 면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경총은 그간 경영 책임자의 정의와 의무 등이 중대재해처벌법에 구체화돼야 한다고 수차례 지적해 왔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비판하며 산업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반영해 시행령 제정안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직업성 질병의 목록만 규정하고 중증도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경미한 질병까지 중대재해로 간주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안전보건 관리체계 내용(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부 등)을 모호하게 규정한 부분을 보완하고, 경영 책임자의 개념과 범위도 관계 법령 명시 등을 통해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내년 1월 27일 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준비 시간이 부족하며 경영 책임자가 의무를 다했는데도 재해가 발생한 경우에 대한 면책 규정이 마련되지 않았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경총은 산업계 의견을 종합적으로 수렴해 정부에 경제계 공동건의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안에 대해 "산업현장에 많은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산업현장의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전경련 역시 경영책임자의 의무 범위가 '적정한 예산', '충실한 업무' 등의 표현으로 모호하게 규정한 점과 직업상 질병의 중증도를 규정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했다.

전경련은 "중대재해의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져 기업인들에 대한 과잉처벌이 될 수 있다"며 "산업안전은 경영책임자뿐만 아니라 현장 종사자의 안전의무 준수도 중요한데 이에 대한 규정이 없는 것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박재근 대한상공회의소 산업조사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재해의 근원적 예방보다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어 시행령으로 이를 보완하는 데는 애초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책임과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시행령에서 '적정한 인력·예산' 등 기준을 모호하게 둔 것은 기업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데 누구나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제라도 노사정이 함께 실효적 방안 마련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 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무 주체, 의무 사항, 의무 이행 시 면책 사항 등을 더욱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도록 시행령에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계속되는 코로나19 충격에 더해 과도한 최저임금 수준, 공휴일 확대 등으로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형편이 어려운 중소기업들의 안전보건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정부 재정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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