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家 상속] 이건희 1조원대 사재출연 약속 '의료공헌'으로 지켰다
[삼성家 상속] 이건희 1조원대 사재출연 약속 '의료공헌'으로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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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차명재산 일부 '유익한 일'에 쓰겠다" 약속
감염병 인프라 구축에 7천억···소아 환자 위해 3천억 기부
1993년 병원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삼성)
1993년 병원 건설 현장을 방문한 이건희 삼성 회장. (사진=삼성)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산 처리 방식이 공개된 가운데 고인이 13년 전에 약속한 1조원대 사재 출연이 지켜지게 됐다. 이건희 회장의 유산 중 약 1조원이 우리나라의 의료사업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이건희 회장 유족은 감염병 전담병원 건립과 관련 연구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등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 등 1조원을 의료공헌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삼성전자를 통해 28일 밝혔다.

유족들은 이 같은 기부가 고인이 생전에 약속한 사회 환원 취지에 부합한다고 뜻을 모았고, 인류사회 공헌과 아동 복지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던 이건희 회장의 유지를 따른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13년 전인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 포탈 등 혐의로 조준웅 특별검사팀으로부터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차명 재산을 모두 실명으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명 전환한 차명 재산 가운데 벌금과 누락된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특검 수사로 4조5000억원대 차명재산이 드러났는데 이 중 이 회장이 차명으로 갖고 있다 실명화한 삼성 계열사 주식 총액 2조1000여억원에서 세금 등으로 추징되고 남은 돈이 약 1조원 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삼성은 발표 당시 돈의 용처에 대해 '유익한 일'이라고만 언급했기 때문에 어떻게 쓰일 것인지 세간의 관심을 받아왔다.

재판에 넘겨진 이건회 회장은 이듬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지만 형 확정 후 4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 등을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유익한 일'에 대한 환원과 관련해 현금 또는 주식 기부, 재단설립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다 실행이 지연됐고,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관련 논의가 중단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이 이 회장 명의의 재단 설립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부각된 감염병 대응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의료공헌으로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부하는 1조원은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 소아암 또는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이 쓰인다.

구체적으로 한국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원이 투입된다. 이 병원은 일반·중환자·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로 건립될 계획이다.

나머지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과 필요 설비 구축, 감염병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로 사용된다.

어린이 환자들을 위해 사용되는 3000억원 중 2100억원은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향후 10년간 총 1만7000여명의 어린이가 지원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소아암과 희귀질환 임상연구,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이 밖에 유족들은 서울대어린이병원을 주관기관으로 하는 위원회를 구성해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 사업을 운영하기로 했다. 위원회는 전국의 어린이 환자들이 각 지역에 있는 병원에서 검사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어린이병원의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접수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환자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건희 회장은 생전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사업은 기업의 사명"(2010년 5월 사장단회의)이라고 강조하는 등 의료분야 사회공헌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왔다.

대표적으로 삼성서울병원은 선진국 수준의 병원을 만들겠다는 고인의 강력한 의지 속에 1994년 개원했다.

뿐만 아니라 회장 취임 후 첫번째 사회공헌 활동으로 어린이 복지 사업을 추진하고, 삼성복지재단을 통해 저소득 가정 아동을 지원하는 등 아동 복지에도 힘써왔다.

'유익한 일'에 쓰겠다던 2008년 이건희 회장의 사재출연 약속은 이번 기증으로 13년 만에 이뤄졌지만, 이 회장 일가의 대규모 사재출연은 처음이 아니다.

이 회장은 200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증여 문제와 안기부 'X-파일'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 논란에 사과하며 총 8000억원 상당을 사회에 헌납한 바 있다.

이 사회환원기금을 바탕으로 2006년 교육 소외계층 아동·청소년을 지원하는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이 출범했고, 2010년 '삼성꿈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바꿔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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