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위한 '법정 최고금리 인하'···"업권 붕괴→암시장 확대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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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서 법정 최고금리 10% 제한법 연이어 발의
"현실 고려하지 않은 무리수···대부업 씨 마른다"
급전을 필요로 하는 개인에게 달돈(월 단위로 원금과 이자 납부)을 안내하는 전단 명함이 계단에 놓여 있다. (사진=서울파이낸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주춤하던 법정 최고금리 인하 움직임에 탄력이 붙자 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당초 논의됐던 연 20%를 넘어서 연 10%로 최고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안이 여당을 중심으로 잇따라 발의돼서다.

금융권에선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최고금리 민감도가 높은 대부업계에선 '대부업을 죽이고 암시장을 키우는 일'이라는 날 선 목소리까지 나온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법정 최고 이자율을 현재 24%에서 10%로 낮추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날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등록 대부업체의 고금리를 10%까지 낮춰달라며 당 지도부와 소속 국회의원 176명에 건의한 날이다. 이 지사는 "불법 사금융 최고금리를 연 6%로 제한하면서 등록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연 24%의 고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모순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문진석 민주당 의원 역시 최고 이자율이 1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시 벌칙 규정을 강화하는 '고리대금이자 10% 제한 2법'을 발의했다. 최고 이자율을 어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지난 6월 21대 국회가 개원할 때까지만 해도 논의됐던 법정 대출금리 상한선은 연 20%였으나, 이번엔 20%를 넘어서 연 10%로 확 떨어뜨리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앞다퉈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추진하려는 것은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의 이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2014년 연 34.9%였던 법정 최고금리가 2016년 27.9%, 2018년엔 24%로 내려왔음에도 서민이 감당하기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대출을 집행할 때 책정할 수 있는 금리의 상한선이 연 10%까지 내려올 경우 타격을 받는 곳은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저축은행의 신규취급 대출 평균 금리는 18.0%, 6등급 포함 중·저신용자가 카드론을 이용할 경우엔 최고 19.0%로 책정된다. 대부업은 신규대출의 평균금리가 24%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 평균 대출금리가 10%를 훨씬 웃돈다.

업계에서 법정 최고금리 인하를 두고 '현실성 없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금리가 내려가면 저축은행과 카드사, 대부업체는 저신용 차주에 대한 심사를 더욱 보수적으로 실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의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와 달리 되레 대출 문턱이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그중에서도 타업권 대비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대부업체의 볼멘소리가 가장 크다. 은행이나 여전사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운 대부업은 조달비용이 높은 편이다. 여기에다 법정 최고이자가 10%까지 낮아진다면 손해가 불가피한 업체들은 아예 금고를 걸어 잠글 가능성도 있다.

실제 대부금융협회에 신용대출 상품금리를 공시하는 상위 26개 업체 중 11곳이 올 2분기 신규대출 건수가 10건 이하였다. 이 중 5곳은 신규대출은 물론 추가·재대출마저 10건을 밑돌았다. 최고금리가 연 24%로 떨어졌을 때도 산와머니와 조이크레디트대부 등 일부 대부업체들은 신규 대출을 중단한 바 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 기준 자금조달 비용이 저축은행 대비 3배 수준"이라며 "관리비용까지 감안하면 처음에 거론됐던 연 20%도 현실적으로 힘들다. 지금도 심사가 까다로워진 탓에 신규대출이 안 나가고 있는데, 연 10%로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업권 자체가 붕괴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고금리 인하가 서민의 부담 경감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다만 무작정 금리를 내리는 방식보다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자금을 늘리고 있다고는 하나 제1금융권·2금융권에서 밀린 저신용자들을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면서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 신용이 낮은 사람들은 사채 시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이 우선적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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