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카드사 下] 새 먹거리 찾기 더디고 본업은 뒷걸음질
[딜레마 빠진 카드사 下] 새 먹거리 찾기 더디고 본업은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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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화된 본업에 수익다각화 시급···데이터, CB업 등 진출 활발
낮은 수익성과 규제에 막힌 신사업···돌고 돌아 본업으로 회귀
신사업 여력이 없는 카드사···규제 완화·수수료율 조정 '절실'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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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고난의 한해'를 보낸 카드사들이 올해 핵심 전략으로 본업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카드시장과, 역마진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결정이다. 악화된 업황 속 신용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카드사의 딜레마를 살펴보며, 이들의 올 한해를 3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본업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카드사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데이터 사업, 신용평가(CB)업, 투자자문업 등에 이어 최근에는 NFT(대체불가토큰)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지만,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다. 여기에 이런 사업 대부분이 규제로 가로막혀 있어 확장성에도 한계가 분명하다는 점 역시 또다른 고민거리다.

설상가상 조달비용 급증으로 신사업 발굴 노력에 제동이 걸렸고, 결국 카드사들은 신용판매로 영업전략을 선회한 상태다. 이들은 신사업 진출을 위해선 당국의 규제 완화와 수수료율 조정을 통한 최소한의 수익보전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 찾아 삼만리···데이터·CB업 등 진출

현재 카드업권에서 주목하는 새로운 먹거리는 단연 데이터 사업이다.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데이터전문기관으로 지정된 신한·삼성·BC카드 3사는 일찌감치 자사 회원들의 데이터를 활용해 데이터 상품과 서비스 등을 개발하며 새로운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있다.

데이터 주도권을 쥐기 위한 이종 산업과의 연합도 활발하다. 카드사별로 통신·유통·IT·신용정보 등 다양한 기업들과 합종연횡을 통해 데이터동맹을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금융권을 넘어 소비자의 매출 행태를 보다 전방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은 가시적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에 등록된 카드사의 일반데이터 상품은 1만건을 돌파했으며, 가장 많은 구매건수를 기록한 상품도 카드사들이 차지했다. 또한 공공기관들의 정책사업 등에도 카드사들의 가명결합 데이터들이 활용되는 등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

금융데이터거래소 '데이터 구매상품' 중 일반데이터(왼쪽)와 보고서데이터의 구매순 TOP 4 자료. (사진=금융데이터거래소 홈페이지)
금융데이터거래소 '데이터 구매상품' 중 일반데이터(왼쪽)와 보고서데이터의 구매 TOP 4 자료. (사진=금융데이터거래소 홈페이지)

또 다른 신사업으로는 개인사업자 CB(신용평가)업이 꼽힌다. 카드사 CB업의 특징은 기존 신용평가 모델에, 카드사가 보유한 가맹점 매출, 지역 상권, 휴폐업 정보 같은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보다 정교한 리스크평가가 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특화된 금융상품 등의 개발도 수월해진다.

특히 최근 개인사업자 대출 수요가 확대되면서, CB업에 대한 카드사의 관심도 커졌다. 현재 본허가를 취득한 신한·삼성·KB국민·BC카드 4개사들은 여러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용평가를 제공하고 있는 한편, 맞춤형 개인사업자대출 추천서비스 등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인가를 받지 않은 롯데·우리·하나카드 3사 역시 신용평가사와 제휴를 통해 개인사업자 CB 서비스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향후 시장환경에 따라 독자진출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카드사들의 수익다각화 노력은 이어졌다. 투자자문업부터 NFT(대체불가토큰)까지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신한카드의 경우 온라인투자연계금융사와 손잡고, 자사 CB서비스인 '마이크레딧'을 활용해 소상공인 특화 금융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신사업 수익성은 '글쎄'···규제에 막혀 사업 확장도 '제약'

문제는 새로운 사업 영역의 수익성이 미미하다는 점이다. 당장 금융데이터거래소에 게재된 카드사 데이터 대부분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며, 명확한 수익모델 역시 불분명하다.

일례로 업권 1위인 신한카드의 경우 지난 2022년 데이터 관련 매출이 1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다만 데이터 사업에 소모된 비용과 같은 해 신한카드의 전체 매출규모(영업수익 4조7612억원) 등을 감안했을 때 데이터 부분의 수익성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데이터 사업의 경우 향후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선제적으로 진출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아직 유의미한 수익이 나오기 어려운 시점"이라며 "향후 궤도에 오른다고 해도 본업을 온전히 대체할 순 없다고 본다. 시장규모나 수익성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의 수익다각화를 위한 실질적인 규제 완화가 미흡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논의됐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도입을 들 수 있다. 종지업이란 은행이 아닌 전자금융사업자가 지급결제 계좌를 개설, 예금과 대출을 제외한 카드대금 결제나 보험료 납입 등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제도다.

종지업이 도입될 경우 카드사는 은행에 지급하는 이체수수료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인 계좌에 기반한 새로운 부수업무를 창출하거나 기존 플랫폼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카드업계에선 종지업 도입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였지만, 한국은행과 은행권 등의 반대로 사실상 좌초된 상태다.

2022년 당시 논의됐던 자회사 투자 제한 규제 완화 역시 같은 맥락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카드사 등 여전사는 비금융회사의 지분을 20% 이상 보유하기 위해선 당국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해당 규제가 완화될 경우 카드사들은 비금융회사를 인수해 다양한 비즈니스를 직접 진행할 수도 있다.

당시 부수업무의 범위 확대도 논의되고 있었던 만큼 카드사들의 기대가 컸지만, 1년 반 가량 지난 현재까지 별다른 소식이 없다. 금융사가 해외 비금융사를 소유할 수 있도록 출자 제한을 완화하겠다는 당국의 계획도 감감무소식이다.

◇"신사업 발굴 여력이 없다"···규제 완화·수수료율 조정 '절실'

비우호적 업황 속 투자여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문제다. 올해 카드사 CEO들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어려운 영업환경이 언급하며, '내실성장'을 핵심 전략으로 꼽고 있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안정화되고 있지만 누적된 비용상승 압력이 여전히 견조하기 때문이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더딘 경기회복세와 높아진 금리 수준에 올해에도 실적 저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소비 성장 둔화가 심화될 경우 카드사들의 수익성도 더욱 하락할 수 있다. 자산건전성의 저하폭도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올해 사업확장 대신, 수익성이 0%대까지 악화된 신용판매 강화를 부르짖고 있다. 특히 최근 대규모 신용사면까지 더해져 카드사의 리스크관리 비용이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는 만큼, '기초체력'을 언급하며 수수료율의 조정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한 건물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민호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7월 서울 시내 한 건물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와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신민호 기자)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새로운 성장동력은 필요하지만, 최근까지 조달비용이 너무 늘었다. 발굴 노력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본업인 신용판매 수익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수료율 조정을 통해 급증한 비용부담 등이 반영된다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사들은 궁극적으로 CB에 진출할 계획을 갖고 있지만, 시스템 고도화 등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며 "그 사이 부수업무나 마이데이터 사업 등을 통해 수익을 확보해야 하는데,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면서 진행이 안되고 있다. 결국 악화된 수익성을 좀 보완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일단 정부의 라이선스에 대한 지원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한다. 특히 부가서비스 변경 절차와 ABS 발행 관련 규제 등을 완화해 비용부담을 줄여줘야,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여력이 생길 것 같다"고 진단했다.

수수료율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서 교수는 "현재 수수료율이 올라가야 하는 상황인데도, 총선이 다가오면서 재산정 기간을 연장하는 방향으로만 논의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적격비용제도를 폐지하거나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변경해야 한다. 정부는 수수료 상한선 정도를 규제하는 게 좀 더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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