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카드사 中] '일방통행' 수수료율 정책에 본업 '휘청'
[딜레마 빠진 카드사 中] '일방통행' 수수료율 정책에 본업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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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원가산정 취지 무색···가맹점 중 96% '우대수수료율' 적용
관련업계 참여한 '제도개선TF' 2022년 2월 출범···사실상 '개점휴업'
카드업계 "인상 절실"···총선 앞두고 산정주기만 3→5년 연장 유력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작년 '고난의 한해'를 보낸 카드사들이 올해 핵심 전략으로 본업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카드시장과, 역마진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결정이다. 악화된 업황 속 신용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카드사의 딜레마를 살펴보며, 이들의 올 한해를 3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가 돌아오면서 카드업권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합리적 원가 산정이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매번 수수료율 인하의 지렛대로 활용됐기 때문이다. 이런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출범한 제도 개선 TF는 개점휴업 상태다. 오히려 총선을 앞두고 수수료율이 또다시 내려가는 게 아닌지 업계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정해주는 가맹점수수료···95.8%가 '우대' 적용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에선 신용카드업을 신용카드 발행·관리, 카드 이용과 관련된 대금의 결제, 가맹점 모집·관리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부합한 신용카드사의 고유수익모델은 신용판매에서 발생하는 가맹점수수료와 할부 등 고객수수료다.

주목할 점은 가맹점수수료와 할부수수료 수익 흐름이 정반대라는 점이다. 7개 전업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2018년 5조1011억원에서 2022년 4조8050억원으로 4.15% 감소했다. 반대로 할부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1조6322억원에서 2조3358억원으로 57.82%나 급증했다.

전체 카드수익에서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7년 51.26%에서 지난해 3분기 29.99%로 21.27%포인트(p)나 축소됐다. 반면 할부수수료 수익 비중은 같은 기간 8.36%에서 18.11%로 9.76%p나 확대됐다.

7개 전업카드사의 최근 10년간 카드수익 내 수익비중, 가맹점·할부수수료수익 추이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7개 전업카드사의 최근 10년간 카드수익 내 수익비중, 가맹점·할부수수료수익 추이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이 같은 차이는 수수료율 산정방식에 기인한다. 통상 할부수수료율은 시장금리를 기반으로, 각 고객의 신용등급이나 연체기록 등을 반영해 결정한다. 카드사별로 평가기준과 비용조달 구조가 다른 만큼, 수수료율도 제각각이다.

반면 가맹점수수료율은 사실상 금융당국이 일괄적으로 정해준다. 여전법 제18조3에 따르면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은 금융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영세·중소가맹점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지는데, 작년 하반기 기준 전체 가맹점 중 95.8%가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또한 4% 남짓한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결정할 때도 금융위가 준수사항을 정해주는 만큼, 카드사엔 선택권이 없다. 바꿔 말하면 당국이 정해주지 않는다면, 카드사는 손해가 나더라도 신용판매 사업을 지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원가 고려 않는 적격비용···"시장논리 아닌 포퓰리즘"

현재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을 시작으로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카드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이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 일반관리비,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 카드결제 전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말한다. 

문제는 적격비용 제도가 합리적 원가 산정이라는 본래 취지와 달리, 수수료율 인하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카드사가 비용조달에 활용하는 이자비용은 최근 8년간(2014~2022년) 53%나 급증한 반면,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 4.5%에서 현재 0.5~1.5%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우대수수료율 적용범위가 작년 하반기 전체 가맹점의 95.8%까지 확대된데다가 최저요율(0.5%)을 적용받는 영세가맹점만 73.1%에 달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카드사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가맹점수수료의 수익성이 0.5%대까지 떨어졌다. 카드이용 실적이 늘고 있지만 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질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위는 2022년 2월 가맹점 협의체, 소비자단체, 카드업권, 전문가 등으로 '카드수수료 적격비용 제도 개선 TF'를 구성, 적격비용제도의 개선안에 대해 논의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늦어도 작년 말까지 내놓기로 한 개선안은 현재까지 오리무중이다.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가 올해 말인데다, 오는 4월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사실상 무산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내 특성상, 총선을 앞두고 수수료율을 인상하긴 어렵다고 본다"며 "좀 더 현실적으로 원가 등을 반영해줬으면 하는 측면이 있지만, 재산정 주기를 늘리거나 수수료율을 유지하는 정도로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상 절실하지만···"총선 앞두고 3년→5년 연장 유력"

업권에선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꾸준히 지적해왔다. 대표적으로 3년이라는 산정 주기와 시장논리에 반하는 비용산정 과정이다.

2021년 말 정부와 금융당국이 수수료율을 인하한 주요 근거는 낮아진 조달비용이었다. 2021년 상반기 기준 여전채 금리(AA+, 3년)는 1% 초중반까지 떨어지면서 순이익도 전년보다 33.5% 증가한 역대급 실적(2조61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당국이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명분이 됐다.

하지만 이듬해 본격적인 금리인상기에 돌입하면서, 조달금리가 치솟았다. 여기에 레고랜드 사태 등이 겹친 결과 여전채 금리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6%를 돌파했다.

이에 2022년 7개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4% 감소했으며, 지난해 3분기 들어선 경상적 기준으로 18%나 실적이 급감했다. 자금조달에 활용된 이자비용의 경우 일년새 50% 이상 급증했다. 세액공제 등을 감안하면, 신용판매 부문에선 아예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이는 다른 업권과 비교하면 더욱 부각된다. 실제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은 상승한 지표금리 등에 맞춰 예대금리를 유동적으로 조정하고 있다. 카드사의 할부수수료율 역시 같은 맥락에서 상승한 결과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카드사들은 2022년 말부터 무이자 할부 등 고객혜택을 축소·폐지하는 디마케팅에 돌입했다. 수수료율을 올릴 수 없으니, 아예 고객의 카드이용을 줄이고자 한 셈이다. 그러나 코로나 엔데믹에 따른 소비 활성화로 카드 이용액이 급증하면서, 이 같은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설상가상 연체율도 악화되면서 기존 수익성을 책임져준 카드론 등 대출부문의 축소가 불가피했으며, 조달비용 오름세에 할부·리스 등 부대업무도 위축됐다. 결과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신용판매 외엔 카드사에게 선택지가 없었던 셈이다.

이 때문에 카드업권에서는 수수료율이 인상되길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개선안은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이다. 재산정 주기가 길어질수록 운영계획을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중기적으로 수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적격비용 제도가 수수료율 인하만을 위한 도구로 활용됐던 만큼, 차라리 재산정 횟수라도 줄이겠다는 비관적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종우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의장은 "영세 가맹점수수료에 세액공제를 더하면 역마진이 난다. 매년 비용과 고객혜택을 축소하고 있음에도 지불결제 시장에서의 수익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카드사들이 적격비용제도에 묶여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합리적 의사결정 대신 정치적 목적을 반영하다보니, 적격비용 제도가 수수료 인하만을 위한 도구로 변질된 것"이라며 "한 산업의 근간을 표심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개탄스럽다. 본래의 목적을 상실한 이상, 적격비용제도는 폐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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