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빠진 카드사 上] '0%대' 수익에도 신용판매 부문 강화
[딜레마 빠진 카드사 上] '0%대' 수익에도 신용판매 부문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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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이용액 증가에도···신판 수익률 0.5%, 10년새 60%↓
수수료율 인하에 무너진 본업···비용절감·대출로 선회
악화된 수익성에도 다시 신용판매로···"선택지가 없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작년 '고난의 한해'를 보낸 카드사들이 올해 핵심 전략으로 본업경쟁력 강화를 꼽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카드시장과, 역마진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한 결정이다. 악화된 업황 속 신용판매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카드사의 딜레마를 살펴보며, 이들의 올 한해를 3회에 걸쳐 전망해 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들이 본업인 신용판매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거듭된 수수료율 인하로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0%대까지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용실적이 늘었음에도 실적이 떨어지는 기현상마저 나타났다. 

이에 카드사들은 대출부문 확대 등을 통해 수익성을 벌충해왔지만, 이마저도 고금리 여파에 악수가 됐다. 결국 녹록지 않은 업황 속 다시 신용판매로 돌아온 카드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카드이용액 증가에도···신판 수익률, 10년새 60%↓

20일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이용실적 대비 신용판매 수익률은 2014년 1.27%에서 2022년 0.5%로 8년새 60% 이상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지표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최근 10년간 카드사 신용판매 수익지표 (자료=금융통계정보시스템)

신용판매는 카드사가 일시불과 할부 거래 등에 대해 고객에게 신용공여를 제공하는 것으로, 카드사의 본업에 해당한다. 신용판매 수익률이 하락한 것은, 그만큼 카드사 본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걸 의미한다.

수익성 악화의 주된 원인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7개 카드사의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지난 2014년 7조1265억원에서 2022년 4조8050억원으로 8년새 32.8%나 급감했다.

세부적으로 지난 2014년 7조1265억원에서 2017년 8조8927억원으로 24.78% 확대됐지만, 2018년 들어 5조1011억원으로 42.64%나 급감했다.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다 2021년 들어 반등했다.

반면 신용 및 체크카드 이용실적은 2014년 562조3153억원에서 2022년 956조4810억원으로 70.1%나 급증했다. 신용카드 이용액이 매년 불어났음에도, 신용판매 수익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수수료율 인하로 무너진 본업···대출 영업으로 무게중심 이동

가맹점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것은 가맹수수료율이 재산정 때마다 낮아져서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2년 이후 3년마다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카드수수료율을 조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이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 결제대행사(VAN) 수수료 등 카드결제 과정에서 소모되는 비용을 고려한 수수료 원가를 말한다.

문제는 수수료 원가를 산정하는데, 합리적 판단보다는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이 되면서 수수료 인하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카드사의 자금조달에 활용된 이자비용은 2014년 1조7864억원에서 2022년 2조7322억원으로 52.95%나 증가됐다. 반면 가맹점수수료율은 연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기준 2012년 1.8%(개편 전)에서 2022년 0.5% 수준까지 인하되는 등 정반대 양상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 상반기 기준 국내 가맹점의 96%(297만7000곳)에 0.5~1.5%의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으며, 75%(220만곳)에 최저요율(0.5%)을 적용되는 기형적 구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2015년(-11.75%)에 이어 2018년(-20.56%)과 2019년(-6.85%) 연속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카드사도 실적개선을 위해 비용절감을 앞세운 영업전략으로 선회했다. 2020년 7개사의 영업수익이 16조8075억원으로 전년보다 0.9% 증가에 그쳤지만, 영업비용은 14조1795억원으로 전년 대비 3.35% 감소했다.

수익성도 개선됐다. 수익에서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수지비율은 7개사의 평균으로 2019년 92.73%에서 2020년 88.1%, 2021년 86.4%로 급격히 낮아졌다.

같은 기간 총자산순이익률(ROA)는 △0.88% △1.4% △1.47%로, 자기자본순이익률(ROE)는 △4.11% △6.79% △7.25%로 상승하는 등 각종 지표가 크게 개선됐다.

신용판매 대신 카드론(장기카드대출) 등 대출부문도 확대했다. 2020년 가맹점수수료수익과 할부수익은 각각 1.13%, 0.14%씩 감소한 반면, 카드론 수익은 4.87% 증가한다.

실제 7개 카드사의 전체 영업수익에서 카드론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4년 15.05%에서 2020년 24.41%까지 9.36%p나 확대됐다. 반대로 가맹점수수료율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42.88%에서 26.15%로 16.73%p나 줄어들었다. 영업의 무게중심이 대출영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것.

이런 영업전략은 적중했다. 7개 카드사의 순이익은 2019년 1조5307억원에서 2020년 1조9567억원으로 27.83%나 급증한 것이다. 특히 2021년에는 33.5% 증가한 2조6122억원을 기록,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다.

◇악화된 수익성에도 다시 신용판매로···"대안 부재"

이렇듯 호실적을 경신했던 카드사는 2022년 돌연 대출자산을 축소하고 신용판매 중심의 본업경쟁력 강화로 영업전략을 선회했다.

실제 2022년 카드자산을 살펴보면 일시불·할부 등 카드대급금은 74조6740억원으로 전년 대비 14.43%나 늘어난 반면, 카드론 자산은 33조6404억원으로 1.86% 증가에 그쳤다.

고금리 여파에 차주들의 상환능력이 악화되며 연체율과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각각 1.24%, 0.84%로 일년새 0.16%p, 0.05%p씩 악화됐기 때문이다. 작년 3분기 기준으로는 각각 1.67%, 1.09%까지 상승했다.

그 결과 7개사의 2022년 대손상각비는 2조5575억원으로 전년 대비 24%나 급증했으며, 작년 3분기(2조7369억원) 기준으로는 63.5%나 증가했다. 결국 카드사들은 건전성 관리 측면에서 대출부문을 축소하기 시작했고, 영업전략도 신용판매 중심으로 다시 선회한 것이다.

신용판매 외 대안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게 카드 업계의 공통적인 고민거리다. 고금리 여파에 할부·리스 부문의 수익성이 함께 악화됐으며, 금융당국이 새로운 수익모델로 제시한 개인사업자 대상 신용평가(CB)업과 데이터 사업 등의 부문 역시 초기 단계인 만큼 수익모델이 잡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당국이 제시한 신사업 자체가 초기 단계다. 당장 수익모델로 삼기보다 가능성을 보고 발전시켜가는 단계"라며 "기존 대출 부문이 대안이 됐지만, 연체율 등이 상승하며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비용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외엔 선택지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낮고, 조달금리가 높아 영업을 크게 확대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당장은 내실경영과 리스크관리 중심으로 영업을 진행하되, 향후 조달여건이 안정화되면 본격적으로 영업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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