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결산-카드] '애플페이·고금리 장기화·상생금융 압박' 3중고
[2023년 결산-카드] '애플페이·고금리 장기화·상생금융 압박' 3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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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실질순익 18%↓···연체율, 1년새 0.62%p 급증
애플페이 출시로 지각변동···높은 수수료 부담도 부각
본업경쟁력 강화로 선회···상생금융 '시즌2'에 골머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 한해는 카드사들의 수난시대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금리 여파에 실적이 악화된데다 연체율 등 건전성마저 악화됐다. 여기에 애플페이라는 새로운 경쟁자 출현으로 간편결제 시장내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당국의 연이은 상생금융 압박 탓에 실적부담이 가중되고 있어서다.

특히 이런 이슈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내년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처럼 다사다난했던 카드사들의 올 한해를 되짚어본다. 

◇애플페이의 진출···재편된 간편결제 시장

올해 초 카드업 권을 뒤흔든 가장 큰 이슈는 애플페이의 국내 진출이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는 지난 2014년 출시돼 74개국에서 사용 중인 글로벌 2위의 결제플랫폼이다. 연간 결제규모만도 6조달러(약 7800조원)에 달한다.

파급력도 컸다. 애플페이 출시 한달간 신규 발급된 현대카드는 35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나 급증했다. 특히 신규 회원 중 20대 비중이 51%에 달해 미래고객 확보에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런 흥행은 현대카드와 애플페이 간 사실상 독점계약 등에 힘입은 것인데, 시장 점유율 2위 자리를 놓고 삼성카드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현대카드 입장에선 천군만마인 셈이다. 실제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기준 현대카드의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은 10조9902억원으로, 삼성카드(10조5043억원)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사진=애플)
(사진=애플)

카드사들 역시 지난해 말 오픈페이를 출범해 간편결제 시장 주도권을 쥐고자 했지만 현재까지 별 소득은 없다. 일부 카드사는 공동전선에서 벗어나 애플페이와의 제휴를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높은 수수료율과 단기적인 고객 유입 효과 등 한계점도 부각됐다. 특히 타국 대비 높은 수수료율에 고객 혜택이 축소된다는 비판이 커지면서 국정감사에 오르기도 했다. 이는 간편결제 시장 내 전통의 강자로 분류되는 삼성페이가 무료화 노선을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폭증한 조달비용···'실적악화 늪'에 빠진 카드사들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감소했다. 이 중 롯데카드의 자회사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1조81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18%나 쪼그라들었다. 사실상 현대카드를 제외한 모든 카드사의 실적이 감소한 것이다.

이 같은 실적 악화는 불어난 조달 비용에서 비롯됐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이자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7% 늘어난 2조9136억원을 기록했다.

조달비용이 급증한 것은 고금리 장기화 때문이다. 팬데믹 이후 여전채 금리를 비롯한 시중금리가 급등하면서, 카드사들의 비용부담이 가중된 것이다. 수신기능이 없어 자금조달 대부분을 여전채 등 외부 차입에 의존하는 카드사 입장에서 금리상승에 따른 부담을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6%를 돌파한 여전채 금리(AA+, 3년물)는 올해 3월 3.8%대까지 떨어졌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이 다시 커지면서 10월 말 기준 5%에 육박(4.929%)하는 수준까지 반등했다. 실제 3분기 기준 카드사 조달금리를 살펴보면 3.054%로 전년 동기 대비 0.744%포인트(p)나 상승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지핀 금리인하 기대감에 여전채 금리가 지난 22일 기준 3.889%까지 떨어졌다는 점이다. 다만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회사채 등의 특성과 과거 저금리 기조 당시 발행했던 장기채 만기가 다가오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4분기 조달비용 역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연체율 압박에···다시 본업경쟁력 강화로

고금리 여파는 건전성 악화라는 또 다른 부작용을 야기했다. 3분기 기준 7개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67%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 0.62%p나 악화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카드사 연체율이 악화된 원인은 대출영업이다. 당국이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통해 수수료율을 3년마다 인하한 결과, 카드사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역마진이 발생할 만큼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최근 몇년간 카드론 등 대출부문의 영업에 확대해 수익을 벌충했지만, 본격적 금리인상기를 맞아 주고객층인 중저신용자들의 상환능력이 약화되며 연체율 등이 급증한 것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대출영업을 축소하고 신용판매 등 본업 경쟁력 강화로 영업전략을 선회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1~11월)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이용액은 39조31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3조3119억원)나 감소했고, 현금서비스 이용실적(52조763억원)은 소폭(0.5%)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개인 일시불 이용액이 9.3%, 할부 이용액이 5.2%나 늘었다는 점과 대비된다.

다만 카드론보다 리스크가 큰 대환대출 잔액이 11월 기준 1조5960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461억원)과 비교해 52.6%(5499억원)나 급증했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2분기부터 증가하는 등 연체리스크가 더 불거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울고 싶은 뺨때린 격···상생금융 압박에 울상

당국의 상생금융 압박 역시 카드사를 짓누른 악재 중 하나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은 이미 상생금융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6월 우리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사 전반에서 청년층 및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방안을 내놨고, 그 규모는 총 2조30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상생금융 시즌2'에 대한 부담이 카드사들을 옥죄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보험사 CEO와 잇달아 상생금융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간담회를 열었고, 이에 대해 화답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다음 차례는 카드사가 될 것으로 관측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반년에 또다시 상생금융안을 내놓기에 카드사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실적 악화에다 건전성 리스크마저 불거진데다 내년 전망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오히려 카드사들의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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