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두사미 中 반도체 굴기···칩4 연합에 무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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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하는 반도체 기업, 4년만에 8배 상승
실패로 낙인 찍기엔 中 정부 투자 지속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미국의 강한 제재와 견제로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를 만들겠다는 중국의 포부가 공허한 메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7전8기'로 반도체 산업을 임하고 있는 중국 정부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는 점점 상승세에 있다는 점에서 실패로 낙인찍기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반도체 분야 등록 말소 기업이 △2017년 461개 △2018년 715개 △2019년 1294개 △2020년 1397개 △2021년 3420개로 해마다 급증하면서 도산하거나 폐업하는 중국 반도체 기업이 늘고 있다. 

중국 반도체 업체 중 대표적인 칭화유니 그룹은 지난해 7월 채권자 신청에 의해 파산 구조조정 절차에 진입했다. 칭화유니 그룹은 메모리반도체 업체 양쯔메모리(YMTC), 반도체 설계 업체(쯔광궈신), 통신 반도체 업체 쯔광짠루이(Unisoc) 등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 YMTC의 경우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232단까지 쌓았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던 상황이다. 

중국 입장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선언한 '반도체 굴기'가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중국은 지난 2015년 첨단산업에서 세계 패권을 장악하겠다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세웠다. 2025년 핵심 소재 부품 70%를 자급자족하고, 2035년에 독일 일본을 제친 뒤, 2049년에는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포부였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3년간 반도체 굴기를 위해 23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했다. 

국가의 전폭적 투자에도 전문가들은 중국의 반도체 시장성이 아직까지 미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코트라(KOTRA) 중국 무역관 관계자는 "중국 반도체 산업은 아직까지 자급률이 낮고 대외 의존도가 높다"며 "우리나라의 1980년대 반도체 본격 시작할 때와 같은 느낌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의 제재도 한 몫 했다. 미국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유일하기 만드는 네덜란드 ASML의 중국 수출길을 막았다. 이에 따라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생산했다는 7나노 칩은 EUV보다 기술력이 떨어지는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이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현재 중국의 반도체 소재는 기술 장벽이 낮은 패키징 소재에 주로 집중돼 있고, 대부분 고급 웨이퍼 제조 소재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중국 세관총서는 반도체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집적회로의 2021년 중국 수입액은 4336억9900만달러(약 600조원)로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SMIC 상하이 공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SMIC 상하이 공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 대만에서 배운 파운드리 '약진'···중국의 미래는?

그렇다고 중국의 반도체 산업이 완전히 실패했고 볼 수 있을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화훙그룹·넥스칩은 올해 1분기에 총 33억2900만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이들 3개사는 중국 대표 파운드리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합은 10.2%다. 한 자릿수였던 점유율이 올해 처음으로 두 자릿수에 진입한 것이다. 특히 세계 파운드리 시장은 사실상 대만 TSMC가 반절 이상 차지한 가운데, 상위 10곳 중 유일한 한국 업체인 삼성전자의 점유율도 16% 정도다.

중국 파운드리 성장은 결국 정부의 전폭 지원에 따른 투자에 기인한다. SMIC가 거액을 들여 TSMC 출신 엔지니어들을 대거 스카우트했고, 지난해 4분기에만 약 2조6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단행했다.  

이주완 포스코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은 2000년 LCD 사업을 시작한 후 15년 이상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고, 결국 한국을 꺾고 1위 생산국이 됐다"며 "반도체 산업 또한 이같은 시각으로 중국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의 제재라는 악재가 어떻게 작용할 지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국도 1983년에 반도체 산업을 시작했으며, 10여년이 지나서야 정상궤도에 오르는 과정에서 '미·일 반도체 협정'이라는 미·일 간 반도체 전쟁으로 인해 속앓이를 했던 경험이 있다.  

다른 반도체 전문가는 "미국의 제재가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았을 때, 중국이 자기만의 표준으로 성장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표준 반도체를 모두 쓰지 않는 방향으로 나올 수도 있다"며 "다만 그 이후 미국과 중국의 사이가 좋아질 때 결국 세계적인 손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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