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파운드리 이어 ARM까지···SK하이닉스, M&A '광폭 행보'
키파운드리 이어 ARM까지···SK하이닉스, M&A '광폭 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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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전경 (사진=SK하이닉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SK하이닉스가 과감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 키우기'에 나섰다. 키파운드리에 이어 영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RM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말 인수 1단계 절차를 끝낸 자회사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사업부)과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 간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를 기반으로 파운드리와 시스템반도체 분야까지 아우르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AP 설계 확보' ARM 인수 추진···"공동 인수가 현실적"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설계 업체 ARM 공동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전날 경기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제 74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ARM 인수·합병(M&A)을 위해 다른 기업들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ARM은 영국 최대 팹리스 업체다. 삼성전자·애플·퀄컴 등이 판매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설계 기술을 갖고 있다. 현재 전 세계 모바일 기기의 약 95%가 ARM의 기술을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ARM 인수를 통해 모바일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 

여기에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시장에서의 수익성도 확보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전세계 클라우드 서버 시장에서 ARM 설계도를 기반으로 한 서버의 보급률이 2025년까지 22%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SK스퀘어 대표이사이기도 한 박 부회장은 지난 28일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도 "반도체 업체는 규모가 큰 곳부터 작은 곳까지 M&A 계획을 검토하고 있으며 (인수 대상으로) ARM까지 고려했다"며 "팬데믹으로 인한 출장 제한이 완화되면 4월부터라도 실리콘밸리 등에서 협의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하이닉스가 단독 인수가 아닌 공동 인수를 고려하는 이유는 자금과 경쟁 국가의 견제 등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조579억원, 단기 금융상품은 4746억원으로 단기 투자자산(3조1399억원)을 더해도 10조원이 안 된다. 여기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대금 중 20억달러(약 2조4000억원)의 잔금도 아직 남아있다. 과거 ARM을 인수하려던 엔비디아의 인수 금액 400억달러(약 48조4000억원)와 비교하면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최근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이후 국가 간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한 가운데 한국 기업이 시장 영향력이 큰 ARM의 IP(지적재산)를 독점할 경우 세계 주요 경쟁국가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세계 주요 규제당국이 독점 금지법을 이유로 엔비디아의 ARM 인수 승인을 내리지 않아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ARM의 인수는 복수 국가의 반도체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컨소시엄을 추진할 경우 인텔의 합류도 예상된다. 지난 2월 엔비디아의 ARM 인수가 무산되자 팻 갤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외신 인터뷰를 통해 "ARM은 인텔 파운드리 사업 어젠다로 만들수 있다"며 "ARM 인수를 위한 컨소시엄이 구성되면 참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지난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회사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SK하이닉스)

◇키파운드리 인수 첫발···솔리다임과의 시너지 극대화

SK하이닉스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기반으로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와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모습이다. 특히 주총 개최일과 같은 날인 30일 SK하이닉스는 우리 규제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8인치 파운드리 기업인 키파운드리 인수를 승인 받았다. 지난해 10월 매그너스반도체로부터 키파운드리 주식 100%를 약 5758억원에 취득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12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키파운드리 인수가 마무리되면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와의 매출 합계가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키파운드리는 팹리스 기업에서 제조를 위탁 받아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기업이다. 전 세계 팹리스에 90㎚(나노미터) 이상의 파운드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력 분야는 디스플레이구동칩(DDI), 혼합신호(Mixed Signal), 비휘발성 메모리(eNVM) 등이다. 키파운드리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SK하이닉스의 8인치 파운드리 생산량은 월 20만장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키파운드리 생산능력은 월 9만장 내외로 약 2배가 넘는 수치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는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10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기대도 나온다.

우리 당국의 승인으로 키파운드리 인수 첫 발을 뗐지만 중국 등 주요 경쟁당국의 심사라는 복병은 남았다. 미국·중국 간 패권경쟁 속에서 중국의 승인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당시와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20년 10월 인텔 낸드 사업부를 90억달러(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8개국에서 승인 절차를 밟아왔다. 지난해 7월 미국, 한국, 대만, 영국, 유럽연합(EU), 브라질, 싱가포르 등 7개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뒤 연말이 돼서야 중국으로부터 인수 승인을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SK하이닉스는 앞서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후 출범한 솔리다임과의 시너지 극대화를 통해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2월 낸드 사업 성장을 위해 인텔의 낸드 사업부문 1단계 인수 절차를 완료하고 자회사 '솔리다임(Solidigm)'을 출범시켰다. 박 부회장은 "솔리다임과 SK하이닉스의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사업을 점진적으로 통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를 통해 글로벌 운영 체계를 강화하고 낸드 사업을 더욱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존 각자대표였던 이석희 사장이 인텔 낸드사업 인수 후 출범한 자회사인 솔리다임의 의장을 맡아 미국 내 경영활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이 사장은 솔리다임의 PMI(Post Merger Integration, 인수 후 통합) 작업과 함께 낸드 사업의 글로벌 확장, 미주 연구개발(R&D) 센터 설립 등 '인사이드 아메리카' 전략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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