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 공약점검①] 선심성 '돈풀기' 남발···재원 확보는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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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피해·취약계층에 잇달아 '통 큰 지원'
복지공약 재원만 수십兆···재원마련 계획 부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사진=한국인터넷신문협회 제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이진희 기자] 주요 대선 후보들의 표심잡기용 '돈 풀기' 공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곳곳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구체적인 재원조달방안이 뒷받침되지 않은 데다 기본소득, 청년층을 위한 금융정책 등 막대한 재정이 드는 공약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대부분이다. 

◇주요 대선후보 '금융공약'···'소상공인·청년'에 초점

여야 주요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후보들은 공통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와 청년에 대한 금융지원책을 내세웠다. 세부적인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통 큰 지원에 나서겠다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을 총동원해 '포용 금융'을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사회구성원에게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소득을 지급하는 '기본소득' 공약 외에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신용대사면' 조치를 약속했다. 현 정부의 코로나 신용 사면보다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코로나 위기 구제 특별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한편, 폐업한 이들을 위한 재창업 관련 재도전 특례보증 등 금융지원도 확대할 방침이다. 50조원 규모의 추가 추경을 정부와 협의하고, 재난 손실 100% 보상을 약속하기도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맞춤형 공약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강조하는 부분이다. 윤 후보는 50조원 이상의 재정자금을 확보, 규제 강도나 피해 정도에 비례해 지원할 계획이다. 또 5조원 이상의 특례보증을 통해 저리대출 자금을 확대하고, 소액 채무의 경우 원금 감면 폭을 현 70%에서 90%까지 확대하는 등 IMF 외환위기 당시의 긴급구제식 채무재조정 방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사실상 빚을 없애주겠다는 의미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피해인정률을 80%에서 100%로 확대하는 등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보상금을 확대하고, 보상에서 누락된 사각지대 업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자영업자 부채 이자 탕감과 고통 분담 방안도 마련한다.

세 후보는 모두 '청년층 금융 지원' 역시 강조한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청년층의 주거난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기존보다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밝혔다. 이 후보가 최대 90%, 윤 후보는 최대 80%까지다. 현재는 LTV 규제로 서울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선 집값의 최대 40%까지만 대출이 나가도록 돼 있다.

특히 이 후보는 은행 수준의 금리로 최대 1000만원 이내의 돈을 장기간(10~20년) 빌려주는 '청년기본대출'을, 윤 후보는 '청년도약계좌'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도약계좌는 일정 한도 내에서 저축하면 정부가 가입자 소득에 따라 장려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통 큰' 돈풀기 공약 남발···현실성은 '제로'?

세 후보 모두 '통 큰' 돈 풀기 공약을 공통적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기본소득, 손실보상, LTV 완화 등의 공약을 모두 실현하려면 수백조원의 재정은 물론 민간 금융회사의 지원이 필수적이지만 공약 실행을 위한 재원 조달방안이 부족해서다.

먼저, 이 후보와 윤 후보가 제시하는 코로나19 피해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상 규모는 모두 50조원이다. 이 밖에 코로나19 여파로 신용등급이 하락하거나 연체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에 대해 신용사면과 채무조정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심 후보의 경우 구체적인 손실보상 규모를 제시하고 있진 않지만 코로나19로 본 피해를 모두 손실로 인정해 보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코로나19 방역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에 대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손실보상 지급규모는 총 2조2000억원이다. 피해 대상과 범위가 코로나19 방역조치 적용 소상공인과 지난해 4분기 손실로 한정된다는 점에서,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피해 규모를 모두 보상하려면 그 규모는 최소 수십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최소 수십조원이 들어갈 복지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2일 열린 대선 후보들 간 마지막 TV토론회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모두 최대한 증세 없이 복지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국가경제 '성장'을 기반으로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과도한 낙관론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증세 없이 복지사업을 실행하려면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이 경우 올해 국가채무가 1100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심 후보의 경우 재원 마련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증세 계획을 내놓긴 했지만 역시 손실보상 투입 규모 등 세부계획은 밝히지 않은 상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역시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선심성 공약이 남발된 데 우려를 표했다. 경실련 측은 "늦게 배포된 공약집임에도 재원 조달방안 등에 대해서는 제시되지 않는 등 선심성 공약을 남발해 구체성과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청년층·신혼부부·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LTV 완화 계획도 현재의 경제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공약이란 지적이다. 정부는 집값 안정화와 투기 방지를 위해 LTV 한도를 지역별로 20~70%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를 80~90%로 대폭 완화하겠다는 게 후보들의 주장이다. 다만, 이는 한국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현 정부의 대출 조이기 기조와 반대된다. 부실대출 리스크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집값이 높아 LTV를 조금만 풀어도 몇천만원대, 몇억원대 대출이 그냥 나갈 수 있는 상황인데, 금리 상승기라 원리금 상환규모가 크게 늘어날 우려가 있다"며 "잠재적으로 한국 경제의 큰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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