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시장에 가계대출 규제 완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후보시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70~80% 완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만큼 대출문턱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17일 금융권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LTV 상한을 지역과 관계없이 70%까지 일률적으로 상향하고 생애 첫 주택 구입자를 대상으로 LTV를 80%까지 풀어주는 공약을 제시했다. 청년, 신혼부부 등 무주택자에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은행권 LTV는 지역에 따라 20~40%로 묶여 있다. 현재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내 9억원 초과 주택에 대해선 LTV 20%가, 9억원 이하 주택은 40%가 적용된다. 주택 가격이 15억원을 넘으면 대출이 불가능하다. 최근 몇 년새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상황에서 대출마저 막히자 현금부자들만 집을 매입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9억원을 넘어선 만큼 사실상 대출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예컨대 LTV 상한이 70%까지 상향되면 규제지역 내 8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기존에는 3억2000만원(LTV 40%) 내에서 가능했으나 앞으로는 5억6000만원(LTV 70%) 안에서 받을 수 있게 된다. 무주택자의 경우 6억4000만원(LTV 80%)까지 대출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1862조원에 달하는 가계빚이다. LTV 상한이 올라가 대출가능 금액이 커지면 가계부채는 필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미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는 LTV 조정에 따른 대출가능 금액 변동폭이 클 수밖에 없다. 사상 최대 규모로 쌓인 가계빚은 한국경제 뇌관으로 꼽힌다. 특히, 글로벌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가계경제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대출규제를 섣불리 건드렸다가 잠잠해진 부동산 시장에 다시 불이 붙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임기 내내 집값이 잡히지 않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안정화되고 있는데, 대출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막힌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이 풀리면 그동안 눌려졌던 투자심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내 집 마련'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LTV 규제 완화 필요성에 동의하는 한편, 규제 완화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계대출 규모가 종전보다 커진 것은 사실이나 그동안 주담대, 전세대출 등이 보수적으로 실행됐던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고, 자금여력이 충분하지 못할수록 주택 매수에는 대출이 필수적"이라면서도 "오늘 LTV 40%를 내일 당장 70%로 바꾸면 당연히 부작용이 있듯이 처음엔 LTV 규제를 현행보다 10~20%p 늘리는 식의 단계적 방안이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LTV 규제와 함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완화될지에도 주목한다. 청년, 신혼부부 등 상대적으로 연소득이 높지 않은 무주택자들이 LTV 규제 완화에 따른 대출혜택을 충분히 받으려면 DSR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어서다.
예컨대 LTV가 80%까지 상향되고, DSR 규제는 기존대로 차주별 40%가 적용됐을 때 9억7000만원(1월 서울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짜리 아파트를 구매하려는 무주택자 A씨(연소득 5000만원)와 B씨(연소득 7000만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때 A씨가 받을 수 있는 주담대(30년·금리4%)는 3억4900만원, B씨는 4억8800만원으로 1억3900만원의 차이가 난다. 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때를 계산해보면 A, B씨는 총 7억76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결국 LTV 규제를 아무리 완화한들 DSR 규제가 완화되지 않으면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은 어렵게 된다.
그러나 현재 가계부채가 사상 최대치로 쌓여 있고, 부실여신 확대 우려가 있어 DSR 규제 완화는 신중하게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실제 현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서도 현재 DSR 규제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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