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MZ/上] "2030세대 잡아라"···금융사 '디지털 경쟁력' 척도로 급부상
[금융MZ/上] "2030세대 잡아라"···금융사 '디지털 경쟁력' 척도로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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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마케팅' 등 맞춤형 전략 잇단 출시
은행 내부서도 MZ세대 직원 중용

가상화폐(암호화폐)부터 주식, 보험까지···. MZ세대의 '일거수 일투족'놓치지 않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아우르는 MZ세대는 금융영역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재미있으면서도 직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재빠르게 이동해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MZ세대가 주력고객으로 급부상하면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은 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변화에 나서고 있다. MZ세대로 인해 바뀌는 금융 풍속도와 혁신이 요구되는 금융권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디지털 시대를 맞이한 금융권이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의 소통 늘리기에 한창이다. 현재이자 미래 주요 고객인 MZ세대의 중요성이 부상하면서 상품·마케팅은 일제히 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졌고, 주요 은행들은 MZ세대의 특성을 분석·대응하는 데 고군분투 중이다.

외부 고객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MZ세대들의 영향력은 한층 커진 분위기다. 업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젊은 디지털 인력을 주요 부서에 배치하거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도 신입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고 있다. MZ세대가 국내 금융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왼쪽)과 오상헌 LCK 대표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br>
권광석 우리은행장(왼쪽)과 오상헌 LCK 대표가 지난 1월 파트너 계약을 체결한 후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거센 '게이밍 바람'···MZ세대 겨냥 맞춤형 전략

시중은행의 MZ세대 공략 전략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게임 마케팅'이다. MZ세대와 눈높이를 맞추려면 이들의 주류문화인 게임(e스포츠)이 적합하다고 판단한 은행들이 게임업계와 손잡고 연계 금융상품을 내놓고 있다.

실제 하나은행은 지난달 하나카드, SKT CS T1과 함께 '리그오브레전드(LOL)' MZ세대 팬들을 위한 'T1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국내 e스포츠 간판이자 롤드컵 역대 최다 3회 우승팀 'T1'을 응원하는 팬들을 위해 출시된 상품으로, 이 카드를 사용하면 T1 굿즈숍에서 최대 15%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앞서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파트너계약을 맺은 우리은행은 지난달 최고 연 2.0%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LCK 적금'을 출시했다. 고객이 응원하는 LOL e스포츠 구단의 성적에 따라 최대 0.7%포인트(p)의 우대금리에 가입 고객 수에 따라 최대 0.3%p의 추가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게 특징이다.

게임 리그나 구단의 스폰서로 나서는 은행도 있다. 신한은행은 10대를 주 이용층으로 보유한 넥슨의 '카트라이더 리그'에 금융권 최초로 스폰서로 참여했다. KB국민은행은 e스포츠 프로 게임단 샌드박스 게이밍과 카트라이더팀, 피파온라인팀 네이밍 스폰서십을 체결했다. 모두 젊은 세대와의 접점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 3월부터 인터넷개인방송 진행자(BJ)들의 온라인 게임 대회인 'BJ멸망전'을 후원하고 있다. BJ멸망전은 아프리카TV의 인기게임 BJ들이 참여하는 캐주얼 e스포츠 리그다.

이처럼 보수적인 조직 문화로 대표되는 은행권이 게임 연계 상품을 출시하거나 후원 등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모든 일에 재미를 추구하는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디지털과 MZ세대를 아우르는 e스포츠 마케팅은 당장 친숙함을 목표로 하는 은행들에 빼놓을 수 없는 '맞춤형 전략 카드'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가 젊은 고객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 마케팅은 보다 친숙한 이미지를 구축해 그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한다"며 "친밀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미래의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한 모습. (사진=하나은행)
하나은행이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한 모습. (사진=하나은행)

◇MZ세대가 프로젝트 주도···"맞춤형 전략이 경쟁력의 척도"

MZ세대가 주력 고객으로 부상한 가운데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은행들의 움직임 역시 분주하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는 등 내부 분위기도 사뭇 달라졌다.

특히 최근 금융권 화두로 떠오른 메타버스는 M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예컨대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한 하나은행의 경우 이번 프로젝트에 신입행원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했다.

MZ세대를 겨냥한 마케팅인 만큼 젊은 직원들이 직접 설계하고, 공간을 만들었다는 게 하나은행 측 설명이다. 홍보효과도 쏠쏠하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신입행원들이 MZ세대다운 도전으로 또 하나의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완성해냈다"며 "생동감있게 표현해낸 공간 덕에 10대를 비롯한 젊은 세대 방문객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MZ세대 직원들과의 디지털 소통을 위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는 우리은행도 향후 메타버스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를 MZ세대 직원들과 함께 검토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인사를 통해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꾀하고 있다. 올 하반기 인사에서 ICT·디지털과 미래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부문에 대한 과감한 인력 지원을 했는데, 본부부서 전입 직원의 80%를 디지털 시대 시장의 흐름을 빠르게 읽어낼 수 있는 20~30대 MZ세대로 구성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의 경영 방향성이 MZ세대에 걸맞은 플랫폼과 관심 분야를 공략할 금융서비스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누가 먼저 '기존 틀을 깬 금융서비스'로 MZ세대를 끌어모으느냐가 경쟁력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에선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수장들이 일제히 MZ세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올해는 MZ세대 전 구성원이 만 20세 이상이 되는 첫해로, 구매력이 확대된 MZ세대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면서 "개개인의 성향, 행동 패턴, 감성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초개인화된 서비스 역량이 금융사의 디지털 경쟁력의 척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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