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전자上] 반도체, 코로나 위기 속 언택트 기회 잡았다
[2020결산/전자上] 반도체, 코로나 위기 속 언택트 기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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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사진=삼성전자)

2020년 전자산업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눈부신 성과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전세계 경제가 휘청한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수요가 확대되며 반도체·가전 등 전자 산업에 새로운 길이 열린 덕분이다. 특히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도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 역군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서울파이낸스는 올 한 해 전자산업계를 결산해 상(上)·하(下)로 연재한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우리나라 수출을 책임지는 반도체 산업은 올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방했다. 올해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년 만에 다시 20% 선을 회복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 반도체 수출액은 8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다.  

◇ 비대면 확산에 따른 PC·서버 수요 급증 

당초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된 D램 가격 하락과 고객사의 투자 축소 등에 따라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심화 등으로 시장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언택트) 문화 확산이 호재로 작용했다. 재택근무, 원격수업 등의 확대로 PC·서버용 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모바일 수요는 상반기 스마트폰 시장 침체 속에 부진했지만 하반기 들어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콘솔 게임 시장이 덩달아 활기를 띄며 신규 게임 콘솔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 판매도 대폭 확대됐다. 

올해 1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던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언택트 특수의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했다. 메모리 호황 시절에 버금가는 실적을 내면서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 2분기 영업이익이 5조4300억원, 3분기에는 5조5400억원을 기록하며 어닝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견인했다. 4분기는 1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SK하이닉스도 2분기에 1조9467억원, 3분기에는 1조299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지난해 반토막 난 실적을 회복했다. 4분기에는 8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이 기대된다.

◇ 5G·AI 중심 파운드리 성장세 '주목'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올 한 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사물인터넷(IoT) 등을 중심으로 관련 사업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전년 대비 23.8%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TSMC와 삼성전자는 해당 분야 1,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 4분기 양사의 점유율은 각각 55.6%, 16.4%로 예측돼 양사의 점유율 격차는 직전 분기(36.5%p)보다 더 벌어지게 됐다. 

다만 매출 증가율에서는 삼성전자가 TSMC를 앞선다. 삼성전자의 4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약 4조11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TSMC는 4분기 125억5500만달러(약 13조9159억원), 전년대비 2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경쟁력을 통해 올해 퀄컴, 엔비디아, IBM 등 대형 고객사로부터 잇따라 생산 계약을 따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3분기 파운드리 사업에서 분기 최대 매출을 내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는 내년에도 파운드리는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본다. 특히 TSMC와 삼성전자만 가능한 10나노 미만의 미세공정 분야에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 '빅딜' M&A 활발···업계 지형 바뀌나

올해 반도체 기업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미래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기업들의 투자와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반도체 생태계에도 변화가 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메모리 사업 부문인 낸드 부문을 10조3104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한국 반도체 M&A 역사 상 손에 꼽히는 수준의 큰 규모로 업계 주목을 받았다. 인수 부문은 인텔의 SSD 사업 부문과 낸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 부문 전체다. 이번 인수를 통해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흑자전환을 앞당기는 한편 관련 시장 점유율을 20%까지 끌어올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2위 자리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는 올해 9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암홀딩스(ARM홀딩스)을 400억 달러(약 44조원)에 인수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4월 이스라엘 반도체 기업 멜라녹스를 69억 달러(약 8조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엔비디아는 M&A를 통해 기존 GPU 경쟁력에 자율주행차와 서버용 반도체 등의 역량을 더하게 됐다.

미국 반도체 회사 AMD는 특수 반도체를 만드는 자일링스(Xilinx)를 350억 달러(약 39조원)에 품었다. 이 밖에 아날로그디바이스(ADI)는 경쟁사 맥심인티그레이티드를 약 210억 달러(약 25조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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