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發 부실 우려에도···금융그룹, 충당금 줄여 '好실적'
코로나19發 부실 우려에도···금융그룹, 충당금 줄여 '好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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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충당금, 전분기 대비 '반토막'
"충당금 선제적으로 쌓아야" 지적도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4대 금융그룹의 순이익이 전분기 대비 크게 개선된 배경에는 '충당금'이 있다. 지난 2분기 사모펀드 손실, 코로나19 장기화 충격 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았던 금융그룹들은 올해 3분기 충당금 규모를 대폭 줄였다. 이미 충당금을 많이 쌓은 데다 경기가 더 나빠지더라도 이를 충분히 방어할 만큼의 경상적인 이익 체력을 갖추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초저금리 장기화 등으로 핵심 계열사인 은행의 수익성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특히, 부실기업·자산 증가 등 코로나19 여파가 내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충당금 추가 적립을 통해 향후 잠재적 부실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그룹은 올해 3분기 총 7558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2분기 충당금 적립 규모(1조6035억원)와 비교하면 52.9% 줄어든 규모다.

충당금 적립 규모를 가장 많이 줄인 곳은 3분기 1728억원을 쌓은 하나금융으로 전분기(4332억원) 대비 60% 줄였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은 1400억원을 쌓아 2분기(3360억원)보다 58.3% 줄었다. 신한금융은 2분기(5393억원)보다 57.6% 줄어든 2284억원을, KB금융은 2분기 2960억원에서 27.5% 줄어든 2146억원을 각각 쌓았다.

대손충당금은 금융사가 대출 이후 상환되지 못할 가능성을 대비해 미리 적립금으로 쌓아놓는 금액으로 회계상 손실로 잡힌다. 통상 금융사들은 경기 침체 등으로 향후 부실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린다.

금융그룹들이 3분기 충당금 적립 규모를 대폭 줄이면서 분기 순이익도 큰 폭으로 개선됐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사상 처음으로 분기 1조원 순익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충당금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각각 1조1447억원, 1조1942억원의 3분기 개별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760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0.3% 올랐다. 우리금융의 순이익은 4800억원으로 전분기(1420억원)보다 238% 개선됐다.

이런 가운데, 4분기에도 2분기 때와 같은 대규모의 충당금 적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탄탄한 이익체력 등을 고려했을 때 추가 충당금 적립보단 대출 '핀셋관리' 등을 통해 부실자산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다.

김태연 신한금융 재무팀 본부장은 지난 27일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한 것도 있고 지난해 말부터 매분기 500억원 언저리에서 계속 (충당금을) 적립해왔다"며 "4분기에는 2분기와 같은 대규모 적립은 없을 것 같고 변동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에 따른)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환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도 22일 컨콜에서 "현재 포트폴리오 구성 등을 볼 때 내년 그룹 대손비용률은 30bp 수준 내외에서 관리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은 올해 기저효과로 3% 내외의 경제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데 그럴 경우 (4분기에) 많은 충당금이 설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은행 수익성 악화에 부실기업 증가···"충당금 쌓아야" 지적도= 이런 가운데 업계 일각에서는 기업 부실이 본격화되는 내년을 대비해 충당금을 더 적극적으로 쌓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초저금리 장기화 기조로 그룹 손익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은행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서다. 실제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전분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신한금융의 NIM은 2분기 말 1.81%에서 3분기 말 1.78%로 3bp(1bp=0.01%p) 떨어졌다. 이밖에 △KB금융 1.74%→1.73% △하나금융 1.62%→1.58% △우리금융 1.58%→1.57% 등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피해 기업과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는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는 내년 3월 이후 부실기업이 대폭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25일 발표한 '금융브리프'를 통해 "국내 경기가 해외 주요국 대비 코로나19 영향을 덜 받아 국내 은행의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 증가율이 해외 은행보다 낮았다"면서도 "국내 은행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장기화와 내년 3월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 종료로 잠재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해 충분한 자본 완충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우려가 계속되자 금융당국도 은행들에 충당금 추가 적립을 요구한 상태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6일 은행장 간담회에 참석해 은행장들에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는 등 손실흡수 능력을 확고히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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