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돈맥경화'···정기예금 '썰물'·대기자금 '밀물'
코로나發 '돈맥경화'···정기예금 '썰물'·대기자금 '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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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정기예금↓·요구불예금↑
저금리·코로나에 정기예금 인기 '뚝'
투자처 못 찾은 시중부동자금 늘어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KB국민은행 여의도 딜링룸 (사진=KB국민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 정기예금으로 목돈을 굴린다는 얘기는 옛말이 된지 오래다. 초저금리 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은행 정기예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급전' 수요가 늘면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동시에 통장에 잠시 예치해 두고 언제든 찾아 쓸 수 있는 요구불예금은 급증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의 지난달 정기예금 잔액은 639조884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10월) 정기예금 잔액(640조7257억원) 대비 8415억원 줄어든 규모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12월(640조810억원)과 비교할 경우 약 1년만에 정기예금에서 6조1969억원이 빠져나갔다.

초저금리 장기화로 은행 예금금리가 대부분 0%대까지 내려가면서 투자 메리트도 크게 떨어졌다고 시장에서 판단한 것이다. 실제 은행별 정기예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우대금리 적용)은 △KB국민은행 'KB스타 정기예금'(연 1.05%) △신한은행 '신한 11번가 정기예금'(연 1.10%) △하나은행 '리틀빅 정기예금'(연 1.30%) △우리은행 '우리 WON모아 예금'(연 1.20%) △NH농협은행 'e금리우대예금'(연 1.15%) 등이었다.

다만, 해당 상품들도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연계 체크·신용카드를 일정금액 이상 사용하거나 오픈뱅킹에 가입한 후 다른 은행계좌에서 해당 은행계좌로 이체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다. 우대금리를 제외한 해당 정기예금의 기본금리는 연 0.2~0.9% 수준이다. 즉, 실제 정기예금 이자를 통해 고객에게 돌아가는 이득은 크지 않은 셈이다.

정기예금 수요가 줄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수시입출식예금 등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66조1113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6조3830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말(461조3684억원)과 비교하면 요구불예금 규모만 1년새 104조7429억원 증가한 것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0.1% 수준으로 낮지만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을 말한다. 단기간 자금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데다 언제든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요구불예금이 증가했다는 것은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고 대기 중인 시중자금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올해 코로나19로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가계나 기업이 돈을 꺼내 쓰지 않고 은행에 단기간 예치한 채로 두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급전' 수요에 대비해 장기간 돈이 묶여 있지 않아도 되는 요구불예금을 찾는 고객이 늘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실제 한국은행이 지난달 20일 발표한 '예금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지난 8월 기준 15.5회였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5년 1월 이래 가장 낮은 수치로 시중에 쓰이지 않고 묶여있는 돈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은행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올해 들어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은 예비자금이 있는 고객들이 현금을 모아두는 차원에서 1개월, 3개월 이렇게 단기로 하는 경우는 있지만 지금 금리가 워낙 낮고 특판도 요즘엔 많이 줄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1~2년 가입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최근 신용대출이 많이 늘었는데, 바로 쓰지 않는 자금들은 MMDA라든지 요구불예금에 잠시 예치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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