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號 2년] '뉴LG' 이끈 실용주의·혁신DNA
[구광모號 2년] '뉴LG' 이끈 실용주의·혁신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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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9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지난 2018년 5월 20일 고(故) 구본무 회장이 세상을 떠나며 구광모 회장은 만 40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LG그룹의 총수가 됐다. 

당시 만 40세의 젊은 수장을 바라보는 일각의 우려 섞인 시선을 털어내듯 구 회장 체제 2년 만에 LG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구 회장은 불필요한 업무 관행과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경영철학으로 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LG를 만들었다. 또 과감한 결단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캐시카우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 회장의 리더십은 대내외 악재와 함께 코로나19 펜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시험대에 올랐다. 향후 구 회장이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체질 개선과 혁신을 통해 '뉴LG'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구광모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사진=LG그룹)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신년 영상 메시지 스틸 컷.(사진=LG그룹)

◇ '절차·관행 타파'로 젊은 기업 변모=구 회장은 불필요한 업무 관행을 없애고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실용주의 경영철학으로 뉴LG를 이끌고 있다. 별도의 취임식을 하지 않고 회장직에 오른 구 회장이 가장 먼저 손본 것은 불필요한 절차와 업무 관행.

구 회장은 취임 후 임직원에게 '회장' 대신 '대표'로 불러 달라고 당부한 것을 시작으로 실용주의 문화를 조직 곳곳에 심어 나가고 있다. 2018년 말부터 LG그룹 계열사들에 자율복장제를 적용했고, 이듬해 시무식에서 구 회장은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고 등장해 이목을 끌었다. 올 초 신년 시무식은 신년 메시지가 담긴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전 세계 임직원 25만명과 소통했다.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진행해 온 사업보고회는 하반기 1회로 축소하고, 분기별로 400여명이 참여하는 임원 세미나는 월별 100여명 미만 규모 월례 포럼 형식으로 간소화했다. 또 일방적인 보고 체계의 수직 문화를 토론 형식의 수평 문화로 개선했다. 실무자들의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젊고 민첩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이다.  대신 구 회장이 직접 사업 관련 내용을 담당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연락해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기존의 관행을 벗어난 인사를 통해 조직에 '혁신 DNA'를 심었다. 취임 첫해와 이듬해 성과주의에 입각해 인사를 단행하고 100명이 넘는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1947년 창립 이래 처음으로 외부인사인 3M의 신학철 부회장을 LG화학 최고경영인(CEO)으로 발탁하며 순혈주의를 깨고 세대교체를 이뤘다.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2월17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2월17일 서울 서초구 LG전자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미래형 커넥티드카 내부에 설치된 의류관리기의 고객편의성 디자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그룹)

◇ 과감한 '선택과 집중', 신성장 동력 확보=구 회장의 실용주의는 LG그룹 핵심 계열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도 두드러진다. 유망하고 잘 할 수 있는 사업은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전망이 어둡거나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은 과감히 철수하는 등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이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구 회장이 취임 후 5개월 뒤인 2018년 11월 이례적으로 외부 인사였던 신학철 당시 3M 수석부회장을 영입해 LG화학 최고경영자(CEO)를 맡겼다.

또 LG화학은 지난해 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각각 1조원씩 출자해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올해 1분기 글로벌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구 회장은 지난 22일 충북 청주시 LG화학 오창공장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배터리 관련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하며 미래 신사업을 위한 경영 행보에도 직접 나섰다.

LG유플러스는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CJ헬로비전을 인수해 지난해 말 LG헬로비전으로 출범시켰다. LG디스플레이도 차세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에만 총 20조원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OLED 전환을 꾀하고 있다.

반면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이 드는 사업 등은 과감하게 정리하고 있다. 구 회장 취임 이후 LG전자와 LG화학, LG상사는 중국 베이징 트윈타워 지분을 매각하며 1조3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외에도 LG전자와 LG화학, LG유플러스의 경우 각각 비핵심 사업 부문인 수처리 사업과 LCD 평관판 사업, 전자결제 사업을 정리했다.

또 LG전자는 지난달 20일 TV 시장 정체에 대응해 생산을 효율화하기 위해 구미사업장 TV 생산 2개 라인을 인도네시아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생산라인의 해외 이전이라는 여론의 부담이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생산 효율성을 고려해 내린 구 회장의 과감한 결정이었다. 회사 측은 2개 라인을 연내 인도네시아 찌비뚱 공장으로 옮겨 인도네시아의 TV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해 아시아권 TV 거점 생산 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LG 트윈타워 전경. 
LG 트윈타워 전경. 

◇ 전례 없는 위기 속 미래 과제 산적=구 회장 체제 들어 LG는 공격적이고 단호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기술·지적 재산권 보호에 단호하게 대응하며 회사에 타격을 입히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소송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LG화학-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기술 유출 소송전, LG생활건강-애경산업의 치약 상표권 소송, LG전자-삼성전자의 가전제품 신경전 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구광모식 뉴LG로의 변화는 시작됐다. 다만 이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최근 LG화학 인도공장과 서산공장에서 잇따라 화재사고가 발생하며 제조업 회사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가 드러났다. 이와 관련, 구 회장이 직접 사과하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안전경영'을 주문하기도 했다. 

또 최근 불거진 LG전자의 채용 비리 의혹도 풀어야 하는 리스크다. 경찰은 지난 2013~2015년 LG전자 임직원이 청탁을 받고 합격선에 못 미치는 일부 지원자를 부정 채용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만큼 관련한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다.

장기간 적자에 빠진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의 '턴어라운드', LG디스플레이의 OLED 전환 등 주력 계열사의 현안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로 꼽힌다. 특히 미·중 무역 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기술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업황 악화도 문제다. 

지난 2년 동안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LG의 변화를 이끌어 온 구 회장이 향후 보여줄 리더십에 더 큰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민첩한 유연성과 과감한 변화, 선택과 집중을 통해 3년 차를 맞는 구 회장의 뉴LG 역시 본격적인 궤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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