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년 1분기 중 인력 증원에 나선다. 이들 인력은 조사·심의·데이터 분석 등에 배치될 예정이다. 또 석유화학 업계 '1호 사업재편'인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기업결합 건도 사전협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자실에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공정위의 인력 증원은 지난 6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인력 충원 필요성, 근로감독관의 인력 증원 필요성을 말하며 현황 파악과 가능한 방법에 대한 제시를 지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차기 공정위원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인력 증원도 미뤄졌다. 이 대통령의 지시 이후 3개월 뒤인 9월 15일에 한기정 전임 위원장이 퇴임하고 바로 다음날 주병기 위원장이 신임 공정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후 두달만에 공정위 인력 증원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이다.
주 위원장은 "'민생경제 회복 지원'과 디지털 경제로의 대전환기에 대비한 'AI·데이터 분석 역량 업그레이드'를 위해 조사·심의·데이터 분석 인력 등 총 167명을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기업거래결합심사국'에서 가맹과 유통 분야를 분리해 가맹유통심의관을 신설하고 하도급과 가맹·유통 분야의 사건 처리 인력을 61명 증원한다.
또 담합 근절 등을 위한 카르텔 분야, 독과점·소비자 분야에 14명을 증원하는 한편 경기·인천 지역 업무를 주관을 경인사무소를 신설하고 50명의 인력을 배치한다. 여기에 심의 병목으로 인한 사건처리 지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임위원 1명을 포함해 심의 인력 총 19명을 증원하고 비상임위원 1명도 추가로 위촉할 계획이다. AI·데이터 분석 역량 강화를 위해 현재 카르텔조사국 소속의 경제분석과를 조사관리관 직속으로 격상하고 AI·데이터·경제 분석과 디지털 포렌식을 담당하는 전문인력을 23명 증원한다. 이 같은 공정위 인력 확대 방안은 국회 예산심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 1분기 중에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정위는 석유화학 업계 '1호 사업재편안'인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의 합병에 대해 조만간 사전심사를 접수한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석유화학 업계 장기 불황 해소를 위해 나프타분해시설(NCC) 25% 감축 등의 내용을 담은 '석유화학 구조조정안'을 마련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업이 먼저 사업재편을 진행하면 정부가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석유화학 업계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가운데 '1호 사업재편안'으로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NCC 합병 방안이 나왔다. 구체적으로 롯데케미칼의 대산공장 NCC 설비를 현물투자하는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하면 HD현대케미칼이 현금을 출자해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식이다.
주 위원장은 "대산 1호 프로젝트인 'HD·롯데' 기업결합 건은 사전협의를 진행 중이며 조만간 사전심사도 접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정보교환행위에 대해서도 3개 산업단지별 주요 기업들과 사전협의를 수차례 진행하는 등 실제로 사업재편의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주 위원장은 "생산량 협의와 같은 경성 공동행위는 물가상승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매우 커 현행 공정거래법상 인가 심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업계의 위기상황을 고려해 석유화학 산업에 한정해 일정한 조건 충족시 한시적으로 공정위 인가를 받은 것으로 간주하는 부분에 대해 석화특별법 제정에 협력해왔고 입법절차가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석유화학 기업들을 향해 "적극적인 자세로 공정위와 소통하고 협조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특히 주 위원장은 "기업결합 심사에 필요한 자료를 더 충실히 제출해 신속한 기업결합 심사에 지장이 없도록 협조바란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공정위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지분율을 판단할 때 발행주식 총수에서 자사주를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중복상장을 억제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주 위원장은 "현행법은 지주회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의무지분율을 50%로 규정하면서 상장회사에 대해서는 30%로 완화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주주의 과도한 지배력 확장을 방지하고 일반주주의 권익보호를 위해 향후 신규상장시에는 50%로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도급 대금 지급 안정성 강화를 위해 △원사업자의 지급보증 의무를 강화하고 △수급사업자에게 원도급 계약 정보요청권을 부여하며 △하도급 연동제의 범위를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건설경기 둔화 상황에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제때 지급 받는 것은 중소 하도급 업체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며 "3중 보호장치를 구축·강화하는 강력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