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동일인 지정제도 개편과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 상향 조정 건의에 대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주 위원장은 21일 세종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시는 규제가 아니고 의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공시를 줄이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확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은 공시제도에 대해 "회사는 개인의 회사가 아니고 공적인 회사"라며 "공적인 회사가 사회적 책임이 클 때는 당연히 공시해야 한다. 또 기업이 커지면 공시는 강화돼야 한다"이라고 강조했다.
주 위원장은 동일인 지정제도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주 위원장은 "총수 일가가 목적에 반하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하는 숙제"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동일인 제도가 들어와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경제가 지금까지 규제를 통해 총수 일가의 잘못된 경영참여나 기업가치 훼손 문제를 해결했다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해결되지 않았다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경협은 지난 18일 '공정거래분야 제도 개선 과제' 24건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주요 내용은 △기업집단 규제체계 개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기준 개선 △형벌체계 합리화 △산업·금융시너지 강화 등 공정거래법 운영 상 주요 제도 개선 과제가 포함돼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동일인(자연인) 지정 제도를 법인 중심으로 개편하고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기존 '자산 5조원 이상'에서 GDP 연동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동일인에 대한 특수관계인 자료 제출 요구를 완화하고 이에 대한 형사처벌 역시 행정질서벌로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GDP와 연동해 상향하는 방안은 전임 한기정 공정위원장 체제에서 검토된 사안이었으나 신임 공정위원장 체제에서는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공정거래법은 시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지키는 핵심 법제이지만, 시대 변화에 맞춰 제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 한다"라며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의 합리적 경영활동까지 제약하는 규제는 결국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공정위가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