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뉴욕증권거래소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과 9월 고용 보고서 발표가 예정된 '빅위크'의 첫 날, 뉴욕증시의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AI 거품론이 되레 증폭되고 있는데다 최장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탓에 뭔가 '찜찜해진' 구석이 생긴 채로 9월 고용 보고서를 받아 봐야 하는 경계감이 작용한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57.24포인트(1.18%) 하락한 4만6590.24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1.70포인트(0.92%) 떨어진 6672.41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92.51포인트(0.84%) 하락한 2만2708.0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예상과 달리, 장 초반은 '반짝 강세'를 연출했다.

투자의 달인,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버크셔)가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지분을 새로 취득한 사실이 공개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출발했다.

하지만 버핏의 혜안도 알파벳의 주가를 끌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AI 거품론이 시장 전반을 흔들었고 관련주가 맥없이 무너져내렸다.

페이팔과 팔란티어 창업자인 억만장자 투자자 피터 틸이 이끄는 틸 매크로 펀드가 지난 7~9월 보유 중이던 엔비디아 주식 53만여주를 전량 처분한 사실이 추가로 공개됐다.

앞서 일본 소프트뱅크도 지난달 엔비디아 지분 58억3000만달러(8조5160억원)를 전량 매각했었던 터다.

큰 손들의 잇단 엔비디아 지분 매각 소식에 AI 투자 사이클이 정점에 이른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또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2500조원에 달하는 사모대출이 다음번 금융위기의 발원지가 될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이번 주로 예정된 고용 관련 지표에 대한 우려와 함께 연준 고위 인사의 금리 인하 신중론도 악재로 작용했다.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은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행사에서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수준 미만으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를 신중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12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은 45%로 낮아졌다. 지난달 90%를 웃돌던 것이 이제는 반타작도 안되는 상황으로 바뀐 것이다.  

미 국채 금리는 보합권에서 움직였다.

글로벌 채권 금리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2bp 내린 4.12%,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일 수준인 3.61%에서 거래됐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 실적 발표 후 랠리가 펼쳐질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조정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펀드스트랫의 톰 리 리서치 책임자는 "정부의 셧다운과 뉴욕시장 선거 등이 끝났지만 걱정거리는 여전히 남아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 S&P500지수가 200포인트 상승해 7000선를 돌파하는 랠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스티펠의 배리 배니스터 수석 전략가는 높은 밸류에이션과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근거로 "S&P500지수가 향후 몇 달간 추가로 5%정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오는 19일 정규장 마감 뒤 발표되는 엔비디아의 3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엔비디아의 실적이 올해 남은 기간 투자 심리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시에 엔비디아가 칩 수요에 대해 조금이라도 악화된 가이던스나 전망을 내놓는다면 시장은 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 한다.

오는 20일 발표되는 9월 비농업 고용 보고서도 주목된다.

지난달 1일 시작된 셧다운이 역대 최장인 43일 간 지속되면서 9월과 10월 고용 보고서 발표가 미뤄졌기 때문에 그 의미가 각별할 수 밖에 없다.

그동안 발표되지 못했던 물가·고용 지표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

그런데,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통계 수집 미비로 10월 실업률이 영구 누락될 것이라고 밝힌 점 때문에, 고용 통계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함께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루 앞선 19일에는 10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고용 둔화 우려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가운데, 지난 달에는 2명의 위원이 각각 동결과 0.5%포인트 인하를 주장하는 반대표가 나왔다.

향후 금리 경로를 놓고 연준 내 이견이 팽팽한 만큼, 이번 FOMC 의사록을 통해 위원들의 경제·금리 전망과 논의 내용을 보다 명확히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업종별로는 금융업과 에너지업종이 각각 1.93, 1.88% 하락했다. 기술업종도 1.43% 하락했다. 반면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업은 1.13% 상승했다.

M7 등 빅테크 종목들은 대부분 하락했다.

AI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55% 떨어졌다.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기술 기업들의 대규모 채권 발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아마존이 120억달러(약 17조5400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에 나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 아마존의 주가는 0.78% 내렸다.

AI 대장주 엔비디아는 3.57달러(1.88%) 하락한 186.60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경쟁사인 AMD의 주가는 2.55%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2.69달러(0.53%) 내린 507.49달러, 메타플랫폼스는 7.45달러(1.22%) 하락한 602.01달러로 마감했다.

반면 알파벳은 버핏 효과에 힘입어 8.62달러(3.11%) 급등한 285.60달러로 올라섰다.

테슬라는 틸이 지분 일부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4.57달러(1.13%) 상승한 408.92달러로 장을 마쳤다.

팔란티어와 오라클도 각각 1.59%, 1.34% 떨어졌다.

특징주로는 중국 전기차 회사 샤오펑의 주가는 혼재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10.34% 급락했다.

또 비트코인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지 한 달 만에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24시간 전보다 2.5% 넘게 급락한 9만1299달러까지 떨어진 뒤 소폭 반등했다.

한편, 지난주 말 급등했던 국제유가도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물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18달러(0.3%) 내린 배럴당 59.9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월물 브렌트유는 0.19달러(0.3%) 떨어진 배럴당 64.20달러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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