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수회복세를 근거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했다. 다만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으로 수출이 둔화되면서 내년도 2%대 성장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11일 KDI는 '2025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존 0.8%에서 0.9%로 상향 조정했다.
해당 전망의 핵심 근거는 소비 중심의 내수 회복세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상반기 0.7%에 불과했지만, 하반기 소비쿠폰 등의 영향에 1.8%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연간 민간소비 성장률은 1.3%로 추산된다.
올해 정부소비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개선에 기여하고 있으며, 수출 역시 미국의 관세 인상에도 반도체경기 호조에 따라 연간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연간 2.5%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특히 건설투자는 9.1%나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건설수주 증가세가 실제 건설로 원활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있단 진단에서다. 이 같은 건설업 부진은 1%대 성장 달성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단순 계산으로 4분기 성장률이 -0.1% 이상이면 연간 1.0%대 성장이 된다"며 "다만 3분기에 큰 폭으로 성장했는데, 정부의 재정 지원과 소비쿠폰 등이 집중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KDI는 내년 성장률 역시 기존 1.6%에서 1.8%로 0.2%p 상향 조정했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1.8%)과 같은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2.2%)보다는 낮고, 한은(1.6%) 전망보다는 높다.
해당 전망의 근거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내수 회복세다. KDI는 내년 민간소비 성장률로 올해(1.3%)보다 높은 1.6%를 예상했다. 시장금리 하락세와 확장적 재정정책 등의 영향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관련 투자 수요가 높은 수준을 지속함에 따라 올해(2.5%)에 이어 2.0%의 완만한 증가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9.1%나 감소한 건설투자의 경우 내년 2.2% 증가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건설경기 회복보단 기저효과에 기인한다. 오히려 지방 주택시장 침체 장기화와 건설수주의 개선이 실제 공사로 이어지는 데 차질이 빚어지며, 건설투자의 부진 완화 속도가 더딜 것이란 평가다.
올해 성장세를 견인한 수출도 내년 꺾일 전망이다. KDI는 내년 수출 성장률로 1.3%를 제시, 올해(4.1%)에 비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관세인상으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면서 상품수출(2.9%→0.4%) 증가세가 둔화되고, 서비스수출의 높은 증가세도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다만 경상수지는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반도체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하락으로 교역 조건이 개선될 것이란 진단이다. 이에 경상수지가 올해 1160억달러에서 내년 1040억달러 내외로 소폭 둔화되는데 그칠 전망이다.
한편, KDI는 내년 통상 관련 불확실성이 성장의 위험 요인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미 무역협정 진전과 미중 무역 긴장 완화에도 반도체와 같은 주요 수출품목에 적용되는 관세율과 적용 시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국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를 인정할지 여부에 따라 통상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
고환율도 위험 요인이다. KDI는 경기 개선으로 수요 측 하방 압력이 축소되겠지만, 9월 말 이후 지속되고 있는 고환율 영향이 추가되면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를 다소 상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