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7개월 만에 1460원을 돌파한 원·달러 환율이, 이번주 1450원대 아래로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임계점에 도달한 미국 경제 상황 속 셧다운 해제가 유력하다는 점과 최근 과도한 증시 조정에 대한 되돌림, 그리고 국민연금의 전술적 환헤지 등이 맞물리며 과열된 원화 약세를 진정시킬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 오후 3시 30분 종가 대비 0.1원 오른 달러당 1457.0원에 개장했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428.2원으로 출발해 1450원을 돌파했다. 특히 7일 야간장에서는 1462.5원까지 상승하며, 지난 4월 10일(1465.7원, 고가) 이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AI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거품논란 속 외국인 순매도가 지속되면서,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의 가치를 끌어내렸단 평가다.
셧다운 사태의 부정적 여파도 미쳤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시간대가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예비치)가 50.3으로, 2022년 6월(50.0)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역대 최장기록을 경신한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되며, 현재 연방정부의 경제지표 발표가 중단된 상황인 만큼 그 영향이 더 컸다는 설명이다.
다만 최근 나온 셧다운 종료 가능성은, 이번주 외환시장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 미국 민주당 측 10여명의 의원이 공화당의 임시예산안에 찬성, 셧다운이 해제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장기화된 셧다운 사태로 미국 경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우려에서다.
11월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 발표 직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와 달러인덱스는 각각 4.064%, 99.3pt선까지 하락했지만, 셧다운 종료 가능성이 부상하면서 4.123%, 99.5pt까지 되돌려진 상황이다. 장초반 하락세를 이어갔던 뉴욕증시도 강보합 수준까지 반등했으며, 미국 단기자금시장 역시 숨통이 트였단 평가가 나온다.
최근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는 진단도 환율 하향 조정 기대를 지지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7조2640억원으로, 주간 기준 역대 최고치다.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특성상 AI 열풍 속 단기간내 주가가 급등한 반면, 부정적 영향 역시 크게 입었단 진단이다.
다만 장기 시계열에서 달러인덱스가 100pt를 하회하는 약세 국면 속 원화의 약세가 과도하단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번 셧다운 해제로 위험선호심리가 회복될 경우 그 수혜로 원·달러 환율이 하향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상단에 대한 경계심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난 4월 당시 국민연금의 전술적 환헤지에 환율이 1470원대에서 1420원대로 급격히 떨어진 바 있으며, 최근 단기 급등에 대한 외환당국의 경계심도 고조되고 있다.
급격한 약세에 보였던 엔화 역시 반등 조짐이 포착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연달아 구두개입에 나선 데다, 일본은행(BOJ) 역시 의사록을 통해 인플레이션 우려 속 금리 인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다. 직후 154엔을 돌파했던 달러·엔 환율은 현재 153.7엔선까지 절상(하락)했다.
종합하면 강달러와 글로벌 증시 조정 여파에 환율이 단기간 급등했지만, 과도한 원화 약세에 대한 경계가 불거지며 남은 상단이 제한적으로 보인다. 현재 지난주 증시 조정분에 대한 되돌림 흐름이 나타나고 있으며, 추가로 셧다운 사태가 해제될 경우 환율이 1450원 밑으로 하향 조절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이민혁 KB국민은행 연구원 : 1440~1480원
AI 버블 경계로 인한 글로벌 증시의 조정과 외국인의 국내 증시 대거 이탈 등이 한미 협상타결이란 호재에도 환율 상승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내외 불안심리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리스크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현재 원화는 과도한 약세 국면에 진입했다고 판단된다. 글로벌 증시 조정 국면이 진정되거나 달러의 추가 약세시 1450원 밑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달러·엔 환율 역시 미국 노동시장 냉각 조짐에 따른 연준 금리 인하 기대 등을 반영하며 하방이 우세하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 : 1440~1470원
AI 발 과열 우려에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대거 차익 실현에 나서자, 원화가 약세 압력에 노출됐다. 서학개미의 꾸준한 대미투자가 더해지며 원화 약세에 일조하는 분위기다.
최근 상승했던 위험자산 위주로 단기적 되돌림이 나타난 가운데, 이번주 외환시장은 국내외 증시 여진을 바라보며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 : 1420~1480원
미국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 현상이 다소 주춤해진 가운데, 연방 정부 셧다운 협상이 이번주 달러화 흐름을 결정할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다. 연방정부 폐쇄가 역대 최장기간인 39일을 지나면서 공화-민주당 협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셧다운 협상이 타결된다면 단기 자금시장 경색도 완화되면서 달러화 지수의 약세 압력이 높아지겠만, 협상 타결이 다시 지연된다면 달러화가 재차 강세를 보일 것이다. 이와 함께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의 추가 매도 여부 및 규모가 이번주 원·달러 환율에 중요변수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