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광화문 WEST 빌딩 (사진=이도경 기자)
KT 광화문 WEST 빌딩 (사진=이도경 기자)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통신업계에 부는 수장 교체 바람에 KT의 리더십도 변화를 맞고 있다. 김영섭 KT대표가 무단 소액결제 사태에 대한 후폭풍으로 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차기 대표 인선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내년 3월 김영섭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공식 개시했다. 추천위는 KT 사외이사 전원인 8인으로 구성되며, 오는 16일 오후 6시까지 공개모집을 진행한 후 연내 대표이사 후보 1인의 선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 4일 이사회에 연임 포기 의사를 전달하며 차기 대표 후보군에서 빠지게 됐다. 지난 8월 불거진 KT 이용자에 대한 무단 소액결제 사태와 대규모 해킹 사고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 대내외 위기 속 내부 인사 유력···이현석 부문장 등 '주목'= 현재 업계에서는 내·외부 인사를 포함해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 대응하면서도 해킹 후 내부 쇄신을 성공적으로 주도할 수 있는 내부 인사 기용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KT의 경우 기간통신업체인 만큼 대규모 설비 투자를 결정하고 AI 등 신사업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회사 내부에서는 이사회와 주주를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으면서 리더십을 펼칠 수 있는 내부 인사를 원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KT에 몸담고 있는 현직자 중에서는 부사장급 이상이면서 2년 이상 재직한 임원만이 대표이사 응모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현재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영입된 외부 인사를 제외하고 대표이사 지원 요건을 갖춘 'KT맨' 부사장은 △이현석 커스터머 부문장 △서창석 네트워크 부문장 △안창용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등 3명이다.

(왼쪽부터) 이현석 커스터머 부문장, 서창석 네트워크 부문장, 안창용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사진=KT)
(왼쪽부터) 이현석 커스터머 부문장, 서창석 네트워크 부문장, 안창용 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사진=KT)

이현석 부문장은 내부 출신 인사 중 가장 차기 대표에 가까운 인물로 평가된다. KT가 최근 대규모 해킹 사태 이후 고객 신뢰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가운데, 커스터머부문장으로서 디바이스와 마케팅, 고객 경험 전반을 담당한 이 부문장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또한 이 부문장이 커스터머부문 산하에 AX혁신지원본부를 두고 AX(인공지능 전환) 지원 업무까지 총괄한 만큼, 고객 신뢰 회복과 신사업 전개 사이 균형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도 기대된다.

서창석 부문장의 경우 지난 2023년 3월 김영섭 대표가 선임된 CEO 선출 과정에서 최종 후보군까지 올랐던 인물로, 이번에도 재도전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 KT 이사회에서 김영섭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 2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다만 네트워크부문장으로서 이번 해킹 사태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최종 선임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안창용 부문장은 내부 출신이면서 김영섭 대표의 최측근으로 정평이 난 인물로, 김 대표 체제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후 B2B(기업 간 거래), AI, 클라우드 등 기업 부문과 전략·신사업까지 총괄하며 조직 내 핵심 인물로 부상했다. 

다만 지난해 10월 KT 대규모 구조조정 중 전출 직원을 대상으로 "토탈 TF로 잔류할 경우 모멸감도 있고 굉장히 힘들 것"이라며 전출을 압박한 논란이 있어 차기 대표 도전 시 조직 내부의 저항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 'KT맨' 외부 인사 선임 가능성도···박윤영 대표 '4수 도전' 관심= 다만 KT 대표 선임 절차가 공개 모집 형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외부에서 지원한 인사가 최종 선임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다만 최근 국정감사에서 김영섭 대표 선임 과정에 대한 정치권 외압 의혹이 화두로 등장한 만큼 외부 인사라도 과거 KT에 몸담은 이력이 있는 인물이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KT가 외풍 논란에 휩싸인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지금 시기에 '낙하산' 언급이 나올 수 있는 인사가 등장하는 건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KT 입장에서도 회사의 기술 전략 이해도와 쇄신 리더십을 갖춘 수장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내부 인사 혹은 KT 출신인 외부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사장,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전 내정자 (사진=KT)
(왼쪽부터) 박윤영 전 KT 사장, 구현모 전 대표, 윤경림 전 내정자 (사진=KT)

외부 인사 중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은 인사로는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 사장이 꼽힌다. 그는 1992년 KT 입사 후 약 30년 간 회사에 몸을 담았으며, 미래사업개발그룹장, 기업사업부문장 등을 거쳐 기술과 사업 양측에서 역량을 지닌 인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박 전 사장의 KT 대표 도전 의지가 높았던 만큼, 그가 4수 도전에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박 전 사장은 지난 2020년 KT 대표 자리를 두고 구현모 전 대표와 막판 경합을 벌였으며, 2023년 3월 윤경림 전 내정자와 함께 최종 4인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윤 전 내정자의 사퇴 이후 같은 해 7월에도 김영섭 대표와 함께 최종 3인에 올라갔다.

일각에서는 지난 경선에 도전했던 구현모 전 대표나 윤경림 전 대표 내정자가 재도전을 통해 명예 회복에 나설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다만 구 전 대표의 경우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과 관련한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윤 전 내정자 역시 현대차 보은성 투자 의혹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현실성이 낮다고 보는 시각이 합리적이다.

이 외에도 최지웅 KT클라우드 대표, 최원석 BC카드 대표, 최영범 KT스카이라이프 대표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나, 최원석 대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김영섭 대표 체제에서 교체된 외부 인사인 만큼 최종 선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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