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서종열 기자] 대한항공이 도심항공교통(UAM·Urban Air Mobility) 실증 비행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하늘길 출퇴근 시대'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한국형 UAM 상용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K-UAM 그랜드 챌린지' 2단계 실증 사업을 지난달 31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실증은 지난 10월 16일부터 31일까지 12일간 인천 서구~계양구 아라뱃길 일대 44.57㎢ 공역에서 진행됐다. 수도권 상공에서 복수 운항사와 다중 경로를 대상으로 한 통합 운용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한 국내 첫 사례다.
이번 사업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인천국제공항공사, KT, 현대자동차, 현대건설 등으로 구성된 'K-UAM 원팀' 컨소시엄이 수행했다. 대한항공은 교통관리·운항통제 분야 주관사로 참여해 자체 개발한 교통관리 시스템 'ACROSS(Air Control & Routing Orchestrated Skyway System)'를 실증했다.
ACROSS는 실시간 경로 모니터링, 교통 흐름 최적화, 비상 시 대체 경로 설정 등 기능을 수행하며, 다수의 UAM 운항 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실증에서는 KT의 5G 기반 항공 통신망과 연동해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운항과 교통관리 체계를 구현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실제 돌발 상황에 대비한 비상 절차와 관제권 이양, 비정상 상황 대응 기능까지 검증해 향후 상용화 운용 절차 수립의 근거를 마련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실증은 국내 최초로 도심 저고도 공역에서 UAM 통합 운용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라며 "향후 국토부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시스템 자동화와 고도화를 추진하고, 한국형 UAM 생태계 구축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용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체 인증 절차, 버티포트(수직이착륙장) 인프라 구축, 소음 규제, 안전성 검증 등이 남아 있다. 정부는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중 운항·관제 기준과 인프라 표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이번 성과가 향후 한국형 UAM 산업 경쟁 구도를 좌우할 '기술적 발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반 경로관리, 통신 안정성, 운항 데이터 표준화 등 후속 기술이 더해지면,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 '하늘길 네트워크' 구축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