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1430원을 재돌파하며 보험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 상승으로 장부상 평가이익이 늘어난 만큼 환헤지 비용이 커지면서, 유동성 관리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 환헤지 계약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지난 5월 2일(1440.0원, 고가) 이후 약 5개월 만에 1430원을 돌파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방식을 놓고 미국과의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다.
직후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에 나서며 환율이 진정되나 했지만, 중국이 미국을 겨냥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제재조치를 단행하며 다시 1430원선을 회복했다. 특히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100%의 추가관세를 예고하면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졌고, 환율이 1450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로 인해 보험사의 환헤지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환헤지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미래의 환율을 현재 수준으로 미리 고정하는 전략이다.
환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경우 외화자산의 가치가 상승하며 평가이익이 발생할 수 있지만, 통상 환율은 기간 경과에 따라 평균 회귀하는 형태를 보인다. 이에 환율 하락을 대비해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선물환, 통화스왑 등 환율 하락 쪽 포지션을 매입해 가격변동 위험을 줄이게 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보험사들은 외화자산에 대해 100% 환헤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단적으로 지난해 보험업권의 장외파생상품 거래규모(431조원) 중 83.8%(361억원)가 통화선도거래로 나타났다.
비대해진 보험사의 외화증권 규모도 걸림돌이다. 생·손보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보험업계의 외화표시유가증권은 140조67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나 증가했다. 2020년 보험업법 개정으로 보험사의 해외투자 한도가 50%로 상향되면서, 외화 자산운용 규모가 꾸준히 불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자산규모가 큰 생보사의 외화표시유가증권 규모만 101조5828억원에 달하며,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9%다. 이른바 '빅3'로 불리는 3개 대형 생보사의 외화표시유가증권 규모는 △삼성생명(25조4053억원) △교보생명(19조2741억원) △한화생명(14조9998억원) 등으로 모두 10조원을 넘긴 상태다.
이른바 '뉴노멀'도 우려 요소다. 통상 환율은 기간 경과에 따라 평균 회귀하는 형태를 보이지만, 최근 고조된 대내외 불확실성 속 1400원대 고환율이 새로운 기준점으로 정립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이 경우 과거 환헤지를 위해 매입한 통화 관련 파생상품의 손실이 확대되면서, 자산운용 부문의 수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갱신(롤오버) 부담도 커졌다. 기존 환헤지 계약 역시 만기가 도래할 경우 갱신해야 하는데, 환율이 상승하면서 헤지계약을 맺은 주체에 추가 정산금을 납부해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헤지 계약 비중이 높은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커지면서, 거래 규모 자체를 줄이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환율 상승으로 평가손익이 증가할 순 있지만, 관련 헤지비용도 함께 커진다. 통상 100% 환헤지 전략을 통해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외화자산 투자시 투입되는 자금규모도 증가해 유동성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문제영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파생거래 갱신 과정에서 환헤지 비용 상승으로 유동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만큼, 현행 환헤지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며 "특히 단기 환헤지 계약 의존도가 높은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롤오버 헤징에 대한 비중을 조절하고, 투자 기간에 매칭되는 최적의 환헤지 기간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