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 약화 우려로 혼돈 속에 하락 출발했지만 엔비디아의 실적으로 관심을 돌리며 낙폭을 줄여 상승 전환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5.60포인트(0.30%) 오른 4만5418.0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6.62포인트(0.41%) 상승한 6465.9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94.98포인트(0.44%) 오른 2만1544.27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사 쿡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의 해임을 시도했으나 쿡이 법적 대응으로 맞서면서 트럼프의 연준 장악엔 제동이 걸렸다.
전날 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리사 쿡 연준 이사에게 해임을 통보하는 내용의 서한을 공개했다.
그는 쿡 이사가 지난 2021년 받은 주택담보대출(모기지)과 관련해 “기만적이고 잠재적인 범죄 행위로 당신의 진실성을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쿡 이사를 해임한다"고 적었다.
트럼프는 특히 각료회의 후 취재진에게 쿡에 대해 해임 통보문을 발송한 것과 관련, "우리는 그 직책을 두고 몇몇 매우 훌륭한 사람들을 검토하고 있고 이제는 몇몇 후보로 압축됐다"며 "쿡의 후임으로 새로운 인물을 지명해 (연준 이사회·FRB) 과반을 확보하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 장악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연준의 독립성 침해 우려에 투심은 위축됐다. 미국 주가지수 선물은 아시아장에서 순간 낙폭을 확대하기도 했다.
하지만 쿡이 "법률상 근거가 없고 그는 그런 권한이 없다"며 트럼프의 해임 통보에 법적 대응하면서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법적 공방으로 가면 트럼프의 해임 시도가 좌절될 수 있고 연준 독립성도 지켜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도 성명을 통해 쿡을 지지하고 나섰다.
연준 대변인은 "연준은 법원의 모든 결정을 따를 것"이라면서도 "연방준비법에 따라 연준 이사들은 장기 고정 임기를 부여받았고 대통령은 '사유가 있을 경우(for cause)'에 한해 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고 의회는 규정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만약 쿡 이사를 몰아내고 후임 지명까지 성공할 경우 현 행정부에서 지명된 연준 인사는 지난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낸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 등 2명에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후임인 스티븐 마이런 지명자까지 총 4명이 된다.
이런 이유때문인지 선물시장의 금리인하 가능성은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9월 기준금리가 25bp 인하될 확률은 전날 83.7%에서 90.4%로 올라갔다.
미국 내구재 제조업체의 신규 수주는 두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내구재 수주는 계절 조정 기준으로 3천28억600만달러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2.8% 줄었다. 시장 예상치는 4% 감소였다.
미국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 현황을 엿볼 수 있는 미 경제조사단체 콘퍼런스보드의 8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7.4로, 지난달 98.7보다 낮아졌다. 시장 예상치 96.5에는 부합했다.
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에 미 경제에 대한 중장기 신뢰도를 반영하는 달러와 초장기물 국채 가격은 하락세를 보였다. 장단기 국채 금리는 더 벌어졌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3bp 내린 4.262%에 거래됐다. 특히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3.1bp 오른 4.92%에 움직였다.
연준 정책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9pb 급락한 3.681%에 거래됐다.
미 달러화 값은 유로화·엔화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해 전 거래일 대비 0.21 내린 98.24를 기록했다.
시장은 27일 장 마감 후 발표되는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인공지능(AI) 산업을 둘러싼 거품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실적은 거품 크기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팩트셋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2분기 460억5000만 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해 지난 분기 제시한 450억 달러보다 나은 실적을 냈을 것으로 예상됐다. 주당순이익(EPS)은 1.01달러로 전망됐다.
데이터센터 매출액은 413억4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7% 늘었을 것으로 기대된다.
S&P500 11개 업종 중 4개는 하락, 7개는 상승했다. 하락 업종 중에는 필수 소비업이 0.46% 내렸고, 부동산도 0.32%의 약세를 보였다.
M7 빅테크는 대체로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1.96달러(1.09%) 상승한 181.77달러, 테슬라는 5.07달러(1.46%) 오른 351.67달러로 마감했다.
다음 달 9일 행사에 언론과 애널리스트들에게 이날 초청장을 발송한 애플은 2.15달러(0.95%) 오른 229.31달러로 올라섰다.
애플은 다음 달 행사에서 신형 아이폰인 아이폰 17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AI 소프트웨어 업체 팔란티어도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팔란티어는 3.70달러(2.35%) 급등한 160.87달러로 장을 마쳤다.
방산 종목들도 상승세를 탔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의 발언이 기폭제로 작용했다.
러트닉 장관은 CNBC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 국방부 장관과 부장관 등 고위 관계자들이 록히드마틴을 비롯한 방산업체 지분을 확보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F-35 스텔스 전투기를 만드는 매출 기준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은 7.74달러(1.73%) 상승한 455.46달러로 마감했다.
노스롭그루먼은 6.28달러(1.07%) 오른 593.02달러, 제너럴다이내믹스는 2.29달러(0.72%) 상승한 322.18달러로 장을 마쳤다.
L3 해리스는 1.49달러(0.54%) 오른 277.66달러, RTX(옛 레이시온)는 3.30달러(2.11%) 뛴 159.57달러로 올라섰다.
유럽 에어버스와 함께 민간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는 동시에 주요 방산업체이기도 한 보잉은 7.96달러(3.51%) 급등한 234.83달러로 뛰어올랐다.
한편 나흘간 상승했던 국제유가는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급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거래일 대비 2.39% 밀린 배럴당 63.2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유가는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곧 그것을 깰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