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왼쪽),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내달 3일,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주요 주자들이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요성에 대해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특히 양대 정당 후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AI 100조원 투자'라는 공통된 목표를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접근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여 이목이 집중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AI 100조원 투자' 정책의 주도권이 어디로 향하느냐다. 이재명 후보가 '국가 차원'의 AI 투자와 인프라 확대, 인재 양성 등을 내세운 반면, 김문수 후보는 규제 개선과 민관 컨소시엄 구축 등 '민간'의 역할을 강조하며 향후 대선 결과에 따른 산업 발전 주도권 방향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21대 대선 공약집을 통해 "AI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하며, AI 예산 비중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는 등 국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글로벌 'AI 3강'으로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통한 'AI 고속도로'와 국가 AI 집적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생성형 AI 모델 학습·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는 등 국가 차원의 인프라 확대를 약속했다. 한국형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프로그램 도입과 AI 단과대학 설립, AI 병역 특례 및 해외 인재 유치 등 AI 인재 양성에 있어서도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또한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강화해 대통령이 직접 기술, 연구, 투자 기업, 정부 협력 등을 챙기는 한편, 규제 특례를 통한 'AI 융복합 산업 활성화'와 국민 누구나 선진국 수준의 AI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AI 기본사회' 구축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전 주기에 걸친 집중 투자와 생태계 조성으로 AI 3대 강국 도약을 내세웠다.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100조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꾸리고 AI 핵심 기술 인프라 확보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김 후보의 경우 정부가 주도권을 쥐고 AI 산업 발전을 끌고나가는 것 대신 데이터 규제 혁파와 학습 데이터 접근 경로 개방·확대 등 규제 개선을 기반으로 하는 민간 중심 성장을 부각했다. GPU, NPU(신경망처리장치), HBM(고대역폭 메모리) 등 차세대 원천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AI 규제 도입 시 영향 평가를 실시하는 등 국가 AI 위원회의 기능도 강화한다.

지난 21일 당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K-OpenAI' 프로젝트 역시 민간 중심 발전이라는 김 후보의 방향성을 드러낸다. 해당 프로젝트는 네이버·카카오·삼성·LG 등 국내 기업과 민관 컨소시엄을 구성해 3년 내 국산 LLM(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공공 AI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허브를 통해 전면 개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외에도 'AI 반도체 독립 전략'으로 뉴로모픽 칩과 NPU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연 2조원 규모의 'AI 반도체 혁신펀드'를 조성해 이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AI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민간이라는 '양날개'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현재 민간 중심의 AI 산업 성장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글로벌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최병호 고려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AI 육성을 시장 논리에 맡겨왔지만, 민간 투자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명확해졌다"며 "이제는 공공이 과감하게 자원을 투입해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한 업계 관계자 역시 "이미 우리나라가 글로벌 AI 경쟁 바깥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정부와 민간 어느 한 쪽의 움직임만으로는 이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간이 마음껏 뛰어놀며 역량을 뽐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가 경쟁력이 걸린 문제에서 자칫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는 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의 기술 역량이 결코 글로벌 기업에 뒤쳐진다고 볼 수는 없지만, 기업 역량만으로는 수백 수천 조(원)를 쏟아붇는 미국·중국과 경쟁할 수 없다"며 "정부가 파격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민간이 이에 보답하는 그림이 나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일각에서는 양 측 후보의 AI 공약과 관련해 구체적인 방법론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정부의 연간 R&D(연구개발) 예산이 약 30조원, 지난해 민간부분에서의 AI 투자액이 1조8500억원 수준에 불과한 현실을 감안하면, 후보들이 내건 100조원 대 투자 계획은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이에 이 후보는 지난 1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개최한 TV 대선토론을 통해 "100조원을 정부 재정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R&D를 위한 민간 자본을 유치해 매해 순차적으로 투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라며 "R&D 투자는 사안에 따라 면밀한 검토를 통해 진행해야 하는 것으로, 당장 바로 사용처를 정하고 진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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