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빅테크를 모회사를 둔 핀테크사들이 간편결제를 앞세워 1분기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특히 카카오페이는 상장 이래 첫 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반면, 맞대응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내놓은 '오픈페이'는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23일 각 사가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올해 1분기 매출 2119억원과 영업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동기(1763억원) 대비 2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분기 기준으로 첫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상장 이후 처음이다.
NHN페이코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903억원으로 전년동기(2884억원)와 견줘 0.65% 증가했다. 비수익 사업 정리를 통해 손실을 직전분기대비 33%가량 줄였고, 기업복지 솔루션 거래대금도 24% 확대되면서 거래액이 증가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네이버의 올해1분기 핀테크 부문의 매출액은 43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7% 증가했다. 이 기간동안 영업이익도 33.7% 늘어난 349억원을 달성했다. 올해 1분기 전체 결제액이 19조6000억원으로 전년동기(16조7000억원)와 견줘 17.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부결제액이 10조20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동기(8조2000억원)과 비교해 24.3%가량 늘면서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이처럼 핀테크사들이 실적 개선에 성공한 배경엔, 간편결제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을 뿐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빅테크 기업을 모회사로 둔 핀테크사가 사실상 독차지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올해 3월 발표한 '2025년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중 전자금융업자와 금융회사가 제공하는 전자지급서비스 중 전자지급결제대행(PG) 및 선불전자지금수단 서비스 이용규모가 2023년에 비교해 각각 11.3%, 16.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간편지급 서비스 일평균 이용규모가 3072만건(9594억원)으로 직전년도에 견줘 12.3% 늘었고 간편송금 서비스도 721만건(9120억원)으로 13.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간편결제 시장의 점유율은 △카카오페이 42.4% △삼성페이 24.0% △네이버페이 24.0% 등으로 빅테크 업체가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카카오페이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인공지능(AI) 도입을 통한 생태계 확보와 수익성 개선이 과제가 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고객서비스, 개발자 도구, 가맹점 마케팅 영역에서 생산성 개선을 이루고 외부적으로는 카카오를 포함한 다양한 외부 AI에이전트 서비스와의 송금·결제·금융 기능 연계를 통한 생태계 확보가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지난 2022년 카드사들이 공동으로 출시한 간편결제 시스템인 '오픈페이'는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다.
오픈페이는 네이버와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사와 삼성페이,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 시스템의 등장에 대응하기 위해 카드사들이 연합해 개발했다. 각 카드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QR 규격을 통합해 비용과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게 당초 목표였다.
하지만 정통 결제시장의 강자인 카드사의 동맹이 시장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와 달리, 매출액을 발표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결제 범위가 오프라인에 한정돼 활용도가 낮고, QR코드를 결제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도 추진력을 잃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삼성카드, 현대카드, 우리카드 등 일부 카드사들이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동력이 떨어진 주된 원인 중 하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부분에서는 완성이 된 상태이지만 활성화가 되기 위해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상태"라며 "다만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돼 각종 비용을 절감하는 추세라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오픈페이'가 앞서 출시된 간편결제 시스템의 편의성과 접근성을 따라갈 수 없어, 향후에도 견제가 어렵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출시한 간편결제 서비스가 접근성도 뛰어나고 기술적인 부분도 앞서 있다"며 "삼성페이는 이미 견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고 최근에는 애플페이 전격 도입 논의도 나온 만큼 오픈페이가 점유율을 늘리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