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사옥 (사진=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 사옥 (사진=현대캐피탈)

[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에 따라 국내 자동차 업계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면서, 현대차 전속금융사인 현대캐피탈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높은 건전성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통해 수익원 확장에 나섰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캐피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718억원으로, 전년(3643억원)대비 30%가량 증가했다. 영업수익도 2023년 4조8733억원에서 지난해 5조8858억원으로 20.7% 늘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법인세 비용 1160억원이 반영되면서 4327억원을 기록해, 전년(4599억원)보다 6% 줄었다. 

대손충당금은 확대 적립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은 할부금융채권에 2351억원을 적립해 전년(2106억원) 대비 1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스 채권에는 560억원을 적립해 2023년(446억원)과 견줘, 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할부금융자산 부분의 대손상각비도 958억원으로 전년(663억원) 대비 46.8% 늘었다.

이밖에도 현대카드와 경영 분리로 인해 비업무용 부동산이 된 서울 여의도 소재 현대카드 2관 사옥 처분에 따른 매각예정비유동자산 약 522억원이 선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은 소폭 내렸으나 건전성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현대캐피탈의 지난해 연체율은 0.97%를 기록하며 1%대를 하회했고, 고정이하여신(NPL)비율은 2.18%로 전년(2.2%)보다 0.02%p 줄었다. 지난해 4분기말 기준 2금융권 전체 연체율이 4.7%에 육박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현대캐피탈은 현대차의 전속 금융사로, 자동차 금융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이끌어왔다. 현대차와 기아의 현대캐피탈 지분은 각각 59.7%, 40.1%로 전체 99.8%를 보유중이다. 이 같은 특성에 따라 지난해 국내 캐피탈사의 자동차할부금융자산은 총 24조566억원 가운데 현대캐피탈의 자동차할부금융 자산은 16조3995억원으로 68.2%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으로 인해 올해 실적 전망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차의 경우 미국이 25% 관세 부과를 선언해 영업이익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부품 가격 상승 영향으로 실적 위축이 전망되고 있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판매가격 인상 없이 전년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경우 연간 약 5조2000억원의 영업익 감소가 예상된다"며 "단기적으로 비가격적인 인상 요인으로 이익 감소 영향을 축소시키겠지만, 미국 생산 차량의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미국 시장 점유율 수성을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가 필연적일 전망이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까지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긍정적인 시선은 있지만 공장 투자 유치는 계획중인 단계로, 영향권에 있는 금융사의 경우 당장 도입될 관세 리스크가 더 크게 인식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자동차담보대출과 기업금융을 확장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수익원이 자동차금융에 치중됐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2022년을 기점으로 이어진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유동성 하락·연체율 위기를 피하기 위해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정했다. 

현대캐피탈 자동차담보대출은 고객 신용점수에 보유 차량의 담보 가치를 더하는 방식으로, 기존 신용대출이나 중금리 상품 대비 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현대캐피탈은 신용대출 금리보다 자동차담보대출 금리가 3%p 이상 낮게 운영하고 있어 중·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을 아우를 수 있는 대출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대손비용률도 일반 신용대출 대비 낮아 연체율도 비교적 낮다. 

또한 현대캐피탈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기업금융을 지목하며 △기업대출 △구조화금융 △투자금융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자산운용사와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안전자산 중심으로 해외투자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금융권에 치명타를 준 부동산PF에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대캐피탈의 부동산PF 자산 규모는 1조5300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4.5% 정도다. 연체율 상승에 영향을 주는 브릿지론 비중도 전체 자산 기준 0.1%에 달해 부동산PF 우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외형 성장에만 집중하지 않고, 급성장에 따르는 부실자산 증가와 같은 역효과 요인들을 차단해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것이 목표"라며 "연체 가능성이 높은 무담보 신용대출 비중을 줄이고 자동차담보대출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를 수정해 우량 고객 비율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