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 방침이 현실화되면서 한국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상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는데, 예상보다 강한 관세 부과 방침에 대미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경제의 양대 버팀목인 내수 둔화에 이어 수출마저 비상이 걸리면서, 올해 성장률이 0%대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영국의 리서치회사 캐피탈 이코노믹스(CE)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0%에서 0.9%로 하향 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모든 교역국가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는 한편, 무역흑자 규모가 큰 주요 교역국에 최대 49%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날 부과된 우리나라에 대한 세율은 25%인데, 주요국 중 베트남(46%), 태국(36%), 중국(34%), 대만(32%)보다는 낮지만 일본(24%)이나 EU(20%)에 비해 높다.
문제는 상호관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여파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 2월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성장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대폭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당시 성장전망을 대폭 낮춘 배경에는 수출 증가세의 둔화가 자리잡고 있다. 한은은 통상환경 악화로 재화수출 성장률이 지난해 6.3%에서 올해 0.9%로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가 한은은 이번에 부과된 관세 수준이 예상보다 높고, 그 범위도 광범위했다고 진단했다. 지난 2월에도 한은은 미국과 다른 주요국이 상호 보복하에 큰 폭의 관세를 부과할 경우 올해 성장률이 0.1%p, 내년에는 0.4%p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관세 수준이 해당 예상을 웃돌면서 추가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현재 부과된 세율은 지난 2월 수정전망에서 기본 시나리오로 상정했던 관세 수준보다 높다"며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관세 영향이 반영될 경우 추후 전망치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의 상호관세가 한국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은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557억달러로, 2년 연속 최대 무역흑자 국가다. 아울러 2019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구나 자동차의 경우 작년 전체 수출(683억달러)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50.8%에 달한다. 지난달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부과된 25% 관세까지 고려할 경우 이번 관세가 우리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당장 자동차 등 주요 수출제품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뿐 아니라 베트남을 통한 우회수출도 영향 받을 것"이라며 "2분기부터 대미 혹은 대아세안 수출 둔화로 성장률의 추가 둔화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일부에서 언급되던 0%대 성장률 가능성이 가시화되는 분위기"라고 우려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연구원 역시 "시장이 생각했던 워스트 시나리오에 가깝다. 상반기가 정책불확실성의 정점이 될 것"이라며 "물밑 협상에 따라 선별적 관세 인하나 유예 등이 나올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국 보복 위험이나 추가 관세 위험도 남았다"고 밝혔다.
반면 관세 영향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지만, 협상의 여지가 열린 만큼 온전히 부과되진 않을 것"이라며 "이 경우 심리적 충격이나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도 완화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 성장률 자체는 둔화될 것으로 보지만, 그 강도가 시장 우려만큼은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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