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조치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애플에 영향이 생기면서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오늘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세 번째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면서 "이는 미국을 그 어느때보다도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며 각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중국 34% △유럽연합(EU) 20% △베트남 46% △대만 32% △일본 24% △인도 26% △태국 36% △스위스 31% △인도네시아 32% △말레이시아 24% △캄보디아 49% △영국 10% △남아프리카공화국 30% 등의 상호관세가 부과된다. 관세는 10%의 기본관세와 국가별 상호관세를 합산한 것으로 관세는 5일, 국가별 상호관세는 9일부터 발효된다.
이번 상호관세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가격의 영향이 불가피한 반면 미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은 샤오미와 화웨이는 점유율 확대의 발판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박닌과 타이응우옌에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거점을 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함께 부품 생산기지인 삼성SDI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도 이 곳에 공장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당장 베트남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미국 내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미국 현지에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유지한 삼성전자는 이번 관세 조치로 현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25는 부품 단가가 비싼 퀄컴 스냅드래곤8 엘리트를 전 기종에 탑재하면서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책정했다. 그러나 여기에 관세가 포함될 경우 미국 현지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의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애플은 미국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관세의 충격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가 공급망을 다양화해온 애플에 큰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조치로 애플은 주가가 6%까지 하락하며 큰 충격을 받았다.
애플은 전세계 아이폰의 9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도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생산기지를 이원화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관세조치로 중국은 도합 54%, 인도는 26%의 관세가 부과됐다. 이 밖에 아이패드와 맥북 생산기지는 베트남에 두고 있다. 아이폰에 탑재되는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는 LG이노텍 공장도 베트남에 있다.
이 때문에 애플 역시 미국 내 가격 인상을 고려해야 할 처지에 놓였으며 이는 미국 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이처럼 갤럭시와 아이폰이 미국 내에서 동반 침체에 빠지게 된다면 세계 3위 규모의 미국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침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판매 비중이 적은 샤오미와 오포 등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애플이 65%로 1위, 삼성전자가 18%로 2위를 차지했다. 4분기 아이폰 출시 효과가 반영된 것을 제외하면 애플은 평균 50%대 초반, 삼성전자는 20%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9%로 1위, 애플이 18%로 2위, 샤오미가 14%로 3위를 차지했다. 오포와 비보는 각각 8%로 4위를 차지했다. 샤오미와 오포, 비보 등은 미국 내 점유율이 거의 없는 대신 중국과 동남아 등에서 점유율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에 빠질 경우 미국 판매 비중이 높은 애플과 삼성전자가 받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 애플과 달리 중국 내 판매 비중이 거의 없는 만큼 미국 내 판매량 감소는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중국에서 17%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나 아이폰16 시리즈 출시 효과를 크게 누리지 못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로 중국 내에서 반미 정서가 더 심해질 경우 점유율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관세조치 이후 출시하는 스마트폰에 대해 가격 인상을 단행할지 두고봐야 한다"며 "실제 가격 인상을 단행해 미국 스마트폰 시장이 침체된다면 경쟁이 치열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