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현대엔지니어링 사옥 (사진=현대엔지니어링)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취임 석 달 만에 연달아 발생한 대형 사고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재무통'으로 기대를 모았던 그에게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며,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현대엔지니어링의 공사 현장에서 총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13명의 사상자를 냈다. 첫 번째 사고는 지난달 25일 세종-안성 간 고속도로 교각 상판 붕괴로, 4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다.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달 10일 경기도 평택시의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또 다른 추락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그리고 25일에는 충남 아산시의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1명이 달비계 작업 중 사고로 숨졌다.

이 같은 사고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무리한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IPO(기업공개)를 목표로 실적 달성에 몰두한 나머지,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전남 무안군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하자 사건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주 대표는 취임 당시 재무구조 개선과 위기 극복을 주요 과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이번 연이은 사고로 그는 안전 관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건설업 경력이 전무한 주 대표의 위기 관리 능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주우정 대표는 현대차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 전문가로, 기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시절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달성한 인물이다. 당시 현대엔지니어링은 그를 통해 실적 부진을 타개하고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주 대표는 1조원 이상의 영업 손실을 한 번에 반영하는 '빅배스'를 단행해 향후 실적의 가시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에서는 주 대표 체제 하에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IPO를 재도전하려는 계획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21년 IPO를 시도했으나, 기관투자자 수요예측 부진으로 상장을 철회한 바 있다.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은 매출 14조201억원, 영업이익 6631억원, 수주 13조1650억원을 목표로 실적 반등 의지를 내비쳤다. 건설업계에서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사업에 참여할 가능성도 거론되며 기대감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기업 신뢰도가 크게 하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빅배스와 사고 발생으로 인한 비용 부담 탓에 신용등급이 10년 만에 강등될 가능성도 크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NICE신용평가는 지난 2월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등급 전망을 각각 부정적, 하향검토 대상으로 조정했다. 등급이 강등되면 10년 만에 A등급으로 떨어지게 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사법 리스크다. 이번 사고가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에 해당할 경우,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인은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하며, 추가적인 손해배상 책임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심각한 경우 영업정지가 될 수도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재 세 건의 사고에 대해 피해 수습과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10일에는 전국 80여 개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 대책을 마련했다. 주 대표는 사고 발생 이후 "모든 조사에 성실히 임하고,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대책을 수립해 철저히 이행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전날(27일)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와 관련해 현대차그룹이 토목사업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일부 언론보도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은 이를 부인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전혀 논의된 적 없는 내용"이라며 "사고 조사위원회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공시를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은 국내 토목사업 철수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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