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가속 페달을 짓누르니 피스톤 네 개가 격렬히 움직이며 울부짖었다. 그 음색과 떨림이 어딘가 익숙했다. 르노코리아 측에 문의하니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과의 협업으로 볼보차와 엔진을 공유한다"는 답이 왔다. 지난 4일 경기·강원 일대에서 북유럽 감성을 머금은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랑 콜레오스 가솔린 버전을 시승했다.
보닛 아래 자리한 볼보차 4기통 2.0리터(ℓ) 가솔린 터보 엔진은 7단 듀얼 클러치 또는 8단 자동 변속기와 짝을 이룬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엔진 힘을 모두 앞 바퀴로 보내고, 8단 자동 변속기는 엔진 힘을 앞뒤 바퀴 모두에 전달한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충족하고자 변속기 2종을 마련했다"면서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는 저단 기어비를 촘촘하게 세팅해 도심 주행 및 연비 운전에 유리하고, 8단 자동 변속기는 보다 넓은 기어비를 갖춘 덕분에 저속 등반은 물론 고속 항속 주행에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시승차는 8단 자동 변속기를 단 버전이었다. 고갯길에서는 단수를 내려 오르막길을 거침없이 올랐고, 근교에서는 부드러운 변속을 통해 저속에서부터 고속 영역까지 매끄러운 가속을 제공했다. 4기통 2.0ℓ 가솔린 터보 엔진에 8단 자동 변속기 조합은 볼보차가 10여 년 전부터 써온 것이라서 그런지, 울컥거리는 느낌 없이 자연스러운 동력 전개를 선사했다. 르노코리아는 "사용 빈도가 높은 실용 구간에서 고객 만족을 높이기 위해 엔진 반응성과 변속 패턴을 최적화했다"며 "주행 시 체감 성능은 경쟁차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제동은 강한 편이었다. 감속 페달을 지그시 눌러주자, 속도계 숫자가 빠르게 떨어지는 동시에 차체 역시 고르게 가라앉았다. 예측 가능성이 풍부한 제동에 신뢰가 갔다. 굽잇길 위에서 움직임은 예상보다 예리했다. 언더스티어가 날 듯한 상황에서도 진행방향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차, 플랫폼도 볼보차의 CMA(Compact Modular Architecture)였다. 해당 플랫폼은 높은 강성으로 운전 조작성이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안락했다. 노면에서 올라오는 크고 작은 충격을 최대한 머금으며 나아갔다. 르노코리아 측은 서스펜션 압축 속도를 제어하는 MFB(Multi-Function Body) 밸브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충격을 효과적으로 잡았는데, 서스펜션이 압축될 때의 초기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부드럽지만 무르지 않게 지나갈 수 있도록 신경을 쓴 느낌이었다. 르노코리아는 "밸브 크기를 키우는 한편, 국내 소비자 선호도에 주안점을 두고 감쇠력 제어 요소를 정교하게 손봤다"고 전했다.
앉은 자세가 높아서 그런지 시야는 넓었다. 허벅지, 엉덩이, 허리를 감싸는 1열 좌석은 만족스러운 착좌감을 제공했다. 오픈R이라고 불리는 대화면은 주행 정보를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한 티맵 내비게이션도 신속·정확한 길 안내를 지원했다. 소비자들의 불만 사항 중 하나였던 제한속도 위반방지 경고음 음량은 많이 줄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시승차에 시범적으로 적용해 본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경고음 음량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70킬로미터(km)가량 시승 후 얻은 연비는 ℓ당 10.9km였다. 제원상 복합연비 ℓ당 9.8km보다 잘 나왔다. 연비 주행은 하지 않았다.
2열 공간은 현대차·기아 중형 SUV 싼타페·쏘렌토 대비 5밀리미터(mm) 긴 휠베이스(2820mm) 덕에 넉넉했다. 트렁크 공간도 기본 633ℓ, 2열 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2034ℓ까지 늘어났다. 가족용 차로 사용하기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격은 3495만~4345만원이다. 볼보차 파워트레인과 플랫폼을 적용한 차량 중 가장 저렴하다. 유지비도 적게 들 것으로 예상한다. 국산 중형 SUV 가운데 유일하게 저공해차 3종으로 분류돼 공영주차장 최대 50%, 공항주차장 최대 30% 할인을 받을 수 있어서다. 르노코리아는 판매 확대 차원에서 21일까지 계약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프랑스 항공권, 비스포크 냉장고 등 푸짐한 경품을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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