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재도약] 토종제약사, '제약강국' 속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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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한양행·한미약품·대웅제약·GC녹십자, 미국 시장 출사표
동아에스티·종근당·셀트리온·삼성바이오도, 해외공략 주력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토종 제약사들이 전통 제약 강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규제가 까다로운 시장을 뚫기 위해 미국과 유럽에 현지 법인을 세우거나, 유망 바이오벤처들과 손잡으면서다. 다국적 제약사보다 인지도가 낮을 뿐 아니라 마땅한 대형 품목도 없지만,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려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바이오벤처에 투자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해온 유한양행도 미국 진출에 적극적인 제약사 중 하나다. 유한양행은 2018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유한USA를 세웠다. 같은해 12월엔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도 법인을 추가했다. 현지 연구개발(R&D) 인력을 확보하고, 공동연구와 기술 도입을 통해 신약 후보물질을 찾기 위함이다. 보스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과 연구소,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하버드대학과 벤처기업이 몰려있는 미국의 주요 바이오 클러스터이기도 하다.

한미약품은 호중구감소증치료제 롤론티스를 앞세워 미국 시장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 다만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롤론티스에 대해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고, 올 하반기로 예정됐던 롤론티스 미국 허가가 다소 미뤄지게 됐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이 2012년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기술수출한 신약으로, 이 약이 미국에서 허가를 받으면 한미약품은 스펙트럼으로부터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120억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이밖에 한미약품이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항암 신약 후보물질 포지오티닙 임상도 순항 중이다. 

대웅제약은 2019년 자체 개발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로 현지 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현지 보툴리눔 톡신 시장 점유율 2위 진입을 목표로 활발한 마케팅을 펼친 결과 주보는 한달 만에 2만명 이상에 시술됐고, 출시 첫해 3분기 1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주보 시장 점유율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올해 2분기엔 2610만달러(304억원) 매출을 냈다. 지난달엔 새 파이프라인을 목표로 미국 신약 개발사 두곳 뉴론과 알로플렉스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독감 백신과 수두 백신의 해외시장 개척으로 짭짤한 이익을 거둔 GC녹십자도 미국에 도전장을 냈다. GC녹십자는 2017년 미국에 백신 회사 큐레보(Curevo)를 세우고, 대상포진 백신(CRV-101) 개발에 힘을 실었다. 지금까지 임상 1상을 완료했으며, 2상을 준비 중이다. 올해 2월엔 대표 사업군인 혈액제제를 들고 9조원 규모 미국 시장을 두드렸다. 면역글로불린 제제인 GC5107(국내 제품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를 미국 FDA에 낸 것이다. 자가면역질환 증가로 현지에서 면역글로불린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한미약품 연구원이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동아에스티는 미래 먹거리가 될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통해 글로벌 시장 선점에 힘쓴다. 동아에스티는 지난 6월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DMB-3115에 대한 임상 1상을 유럽에서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글로벌 임상 3상에 착수했다. 스텔라라는 얀센의 건선 치료제다. 동아에스티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임상 3상을 개시했으며, 폴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를 비롯한 유럽 9개국에서 글로벌 임상 3상을 할 예정이다. 동아에스티는 미국과 유럽에서 스텔라라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3년 9월과 2024년 7월 DMB-3115를 출시할 계획이다.

종근당 역시 바이오시밀러를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 종근당은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2세대 빈혈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네스벨 품목허가를 받았는데, 이듬해 일본에서도 판매허가를 따내면서 본격적인 판매에 나섰다. 종근당은 일본 발매 이후 동남아와 중동 지역 국가로 진출하는 발판도 마련했다.

바이오 업체들 역시 해외 시장에서 선방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유럽 시장에선 램시마(인플릭시맙)로 이미 원조 약을 눌렀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램시마 유럽 시장 점유율은 52.8%였다. 같은 기간 트룩시마(리툭시맙)와 허쥬마(트라스트주맙)는 38%, 15.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선 지난해 4분기 기준 인플렉트라(램시마의 미국 수출명)가 11.8%, 트룩시마가 19.8%를 차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베네팔리·플릭사비·임랄디)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유럽에서 4억달러 넘는 매출을 올렸다. 이중 베네팔리(성분명 에타너셉트)는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 2억4320만달러(275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베네팔리는 유럽에서 에타너셉트 성분 의약품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며 원조 약 엔브렐과의 판매 격차를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임랄디(성분명 아달리무맙)는 1억1350만달러(1280억원), 플릭사비(성분명 인플릭시맵)는 580만달러(570억원) 매출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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