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금융 결산④] '코로나 쇼크'에 놀란 한은···'빅컷→0%금리' 직행
[2020 금융 결산④] '코로나 쇼크'에 놀란 한은···'빅컷→0%금리' 직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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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양적 완화··· 무제한 RP매입 7월까지 연장
정부·한은, 10조 투입···SPV설립 저신용 채권 매입

[서울파이낸스 김희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은행도 전대미문의 정책들을 쏟아냈다.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하는 한편, 금융회사에 유동성(자금)을 무제한으로 공급하는 '한국판 양적완화' 조치까지 취했다. 여기에 한은법에 따라 누누히 반대의사를 밝혔던 특수목적기구(SPV) 설립에도 참여해 무려 8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한은으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22일 한은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제 위기론이 고조되면서 한은은 결국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빅컷'(기준금리 0.50%p 인하)을 단행했다. 사상 첫 0%대 금리시대이자, 우리경제가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를 내린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9·11테러' 직후인 2001년 9월(0.50%p 인하)과 금융위기 때인 2008년 10월(0.75%p 인하) 인하한 적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과감하고 선제적인 행보가 한은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앞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0~0.25%로 1%p 인하하자 '신중론'을 앞세운 한은도 본격적인 양적완화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글로벌 경기 위축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높고,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도 상당히 커졌다"면서 "주요국, 특히 연준의 큰 폭 인하가 한은이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해 줬다"고 말했다. 

3월에는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하지 않던 전례 없는 조치가 또 이뤄졌다. 한은이 일정 금리수준 아래서 시장의 유동성 수요 전액을 제한없이 공급하는 주단위 정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제도를 도입키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었다. 

매입 한도를 사전에 정해두지 않고, 시장 수요에 맞춰 금융기관의 신청액을 전액 공급하는 게 대책의 골자다. RP 거래 대상이 되는 적격증권만 제시하면 매입 요청한 금액을 모두 사들이겠단 뜻이다. 입찰금리는 0.85%를 상한선으로 해 입찰 때마다 공고하기로 했다. 6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이 제도는 7월까지 연장됐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정부와 한은이 SPV 설립해 저신용등급을 포함 회사채·기업어음(CP)·단기사채 등을 매입하기로 한 것도 주요 정책 중 하나로 꼽힌다. 한은은 직접적인 SPV 설립을 통한 회사채와 CP 매입이 불가능하다고 누누히 강조해 왔지만, 국책은행이 SPV를 설립하고 한은이 여기에 유동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한은이 역대급 '돈 풀기'에 나섰지만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0조원 규모로 설립된 SPV는 우선 한은이 8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나머지 2조원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1조원씩 출자했다. 

11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는 연 0.50%로 유지됐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성과를 거두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히 높아지기는 했다. 하지만 백신의 조기 상용화 여부,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세 진행 상황 등 향후 성장경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만큼 현재의 정책기조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한 '2020년 12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한은은 통화정책 완화가 금리 및 신용경로 등을 통해 금융시장에 대체로 원활하게 파급됐다고 평가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시장금리, 금융기관 여수신 금리가 상당폭 하락했으며 민간신용은 가계 및 기업대출 모두 크게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전반적인 금융상황을 나타내는 금융상황지수는 4월을 저점으로 빠르게 상승해 8월 이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했다. 

금융상황 개선을 통해 '실물경제 악화→금융불안→실물경제 추가 악화'의 부정적 피드백을 방지하고 거시경제의 꼬리위험(tail risk) 발생 가능성을 축소시켰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실문부문에서는 한은 거시계량모형(BOK20)을 이용한 분석결과, 기준금리 25bp(1bp=0.01%p) 인하 시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누적효과 기준)은 1차연도 +0.06%, 2차연도 +0.08%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1차연도 +0.03%, 2차연도 +0.04%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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