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기업들이 모여 있는 서울시내 전경.(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상장사들의 총차입금이 올 1분기에만 20조원 늘었다. 항공·조선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업종은 차입금을 늘리거나 자산을 매각하며 유동성 위기를 견디고 있다.  코로나19의 피해가 본격화된 2분기에는 재무구조가 더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623개사의 별도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이들 회사의 총차입금이 올해 1분기 386조7000억원으로 작년말에 비해 20조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23일 밝혔다. 지난해 분기당 차입금 증가액이 5조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차입금 의존도는 21.6%에서 22.5%로 올랐다.

자금 조달 방식도 금융회사를 통한 차입금 증가액이 14조9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 반면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 증가액은 5조3000억원에 그쳤다. 한경연 관계자는 "2∼4월 회사채 시장이 냉각되며 기업이 은행 대출 중심으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 섬유의복 5개 업종은 올해 1분기 차입금 의존도가 모두 상승했다. 이 가운데 특히 항공 업종의 차입금 증가세가 가팔랐다. 항공업종의 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대비 5.3%p 증가했다. 이외, 조선(2.3%p), 관광레저(1.4%p), 대형유통(1.1%p), 섬유의복(0.8%p) 등의 업종도 차입금 의존도 상승 폭이 컸다.

기업들의 영업현금흐름이 악화되면서 차입금을 늘리고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해 위기를 견딘 것으로 보인다고 한경연은 분석했다.

영업현금흐름은 5개 업종이 모두 나빠졌다. 항공, 대형유통, 관광·레저, 조선업은 올해 1분기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영업활동으로 번 현금보다 빠져나간 현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상장사 전체로 봐도 영업을 통한 현금 유입이 줄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와 저유가 등 예상치 못한 경제충격으로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차입금의존도가 높아졌다"며 "이번 위기가 종식될 때까지 자금공급이 막힌 곳은 없는지 정부의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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