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건설사 외형이 1분기에 모두 축소된 가운데, 수익성은 희비가 엇갈렸다. 자재비와 인건비 등 공사비가 급등한 시기에 착공된 사업이 건설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당분간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건설업계는 내실 중심의 경영으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계획이다.
9일 각 건설사 IR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적이 잠정 집계된 10대 건설사 중 7곳 모두 대형 프로젝트 준공 등 영향으로 외형이 축소됐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쪼그라들며 가장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매출은 3조6200억원으로 전년 동기(5조5840억원) 대비 35.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1590억원으로 전년(3370억원)과 비교해 52.8% 줄었다. 주요 대형 프로젝트가 준공됐고, 반도체 경기 둔화로 삼성전자의 하이테크 프로젝트 발주 물량이 감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8140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매출 2조4527억원, 영업이익 335억원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6%, 28.4% 줄었다. 지난해 말 주요 대형 프로젝트의 준공으로 건축·인프라·플랜트 등 전 사업부문 매출이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1분기 매출 7조4556억원, 영업이익 2137억원을 거뒀다. 작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2.8%, 14.8% 감소했다. 1분기 원가율이 전년 동기보다 0.7%p 하락했지만, 큰 폭으로 감소한 매출액을 상쇄하진 못했다. 다만 지난해 4분기 현대엔지니어링의 대규모 손실로 1조7760억원가량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이번 분기에는 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 3조629억원, 영업이익 70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매출 3조709억원, 영업이익 705억원과 비교하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0.26%, 0.1% 줄었다.
반면 부진한 업황 속에서도 수익성 개선을 이룬 건설사도 있다. DL이앤씨는 안정적인 원가율 관리와 선별 수주로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DL이앤씨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8082억원, 영업이익 8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1조8905억원) 대비 매출은 4.36%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32.97% 늘었다.
DL이앤씨의 설명에 따르면, 업계 전반의 수익성 악화와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효율적인 사업 관리와 리스크 대응이 주효했다. 올해 DL이앤씨의 연결 기준 1분기 원가율은 89.3%로 지난해 3분기부터 연속 90% 이하를 유지 중이며, 주택 사업 부문 원가율은 전년 동기 93.0%에서 90.7%로 개선됐다.
대우건설도 1분기 영업이익이 30% 이상 늘었다.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148억원) 대비 31.8% 증가한 1513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매출은 2조76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했다. 주택건축 및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주효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주택사업 수익성 증가에 힘입어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416억원에서 540억원으로 29.8% 끌어올렸다. 매출은 90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2% 감소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서울원 아이파크' 매출 증가와 '수원아이파크시티 10단지' 준공 등 자체 주택사업이 실적을 견인했다.
주요 대형건설사 1분기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한 가운데 당분간 이 같은 분위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육성훈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최근 토목 등 주택 외 사업에서도 추가 원가 반영이 본격화하며 수익성 저하 추이를 장기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신규 수주 사업은 공사원가 인상을 반영해 일정 수준의 수익성 확보가 가능하겠지만, 착공물량 감소로 인한 매출 축소, 분양 위험 증가로 인한 대손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중단기적으로 낮은 수익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향후 외형 확대보다는 수익성 기반의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건설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위기를 에너지 및 수익성 위주의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GS건설 관계자도 "불확실한 대외 환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주력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 가능 경영의 기반을 탄탄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DL이앤씨 관계자는 "경기 침체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어려운 업황을 극복할 수 있도록 만반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탄탄한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수익성이 담보된 양질의 신규 수주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