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사진=대우건설)
을지로 대우건설 사옥. (사진=대우건설)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국내 시공능력 3위 건설사 대우건설이 올해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해외 수주에서는 이달 예정됐던 체코 원전 수주 계약이 지연되게 됐고 전체 매출 가운데 국내 토목 수주에선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무산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올해 신규 수주 목표로 지난해 신규 수주액보다 43.2% 많은 14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이중 국내 수주는 9조8000억원, 해외 수주는 4조4000억원으로 각각 잡았다.

지난해 신규 수주 목표였던 11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23%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지연됐던 초대형 해외 수주들이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예고된 상황에서 수주 목표치를 높게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달 초 최종 계약이 예정됐던 체코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그러나 체코 원전 계약이 체코 법원의 제동과 유럽연합(EU) 압박으로 불투명해지면서 해외 수주 계획이 틀어지게 됐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1200메가와트(MW)급 원전 2기(5·6호)를 새로 짓는 해당 사업은 총 사업비만 약 4000억코루나(약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계약 무산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이지만 계약 재기 시점이 지연되는 만큼 시공 주관사인 대우건설의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우건설의 해당 프로젝트 예상 수주액은 전체 사업비의 15~20%인 4~5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체코 원전 프로젝트는 지난해부터 부진했던 해외건설 수주를 만회할 기회로 여겨졌다.

대우건설 해외건설 신규 수주액은 지난 2023년 3조1322억원에서 지난해 6118억원까지 쪼그라들었다.

당초 목표치 3조500억원 대비 20.1% 수준에 그쳤다.

해외 수주 부진에 따라 지난해 연간 신규 수주 실적도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목표였던 11조5000억원에 못 미치는 9조9128억원으로, 전년(13조2000억원)과 비교해 크게 뒷걸음질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토목 사업 신규 수주에도 악재가 겹쳤다.

2029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 중이던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이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과의 수의계약 절차를 중단하면서 원점 재검토될 전망이다.

사업비만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조5000억원에 달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에서 대우건설이 차지하는 지분은 18%다.

당초 국토부가 제시한 사업비로 놓고 보면 약 1조8900억원의 수주액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신규 수주 실적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올해 신규 수주 목표치에 수의계약 대상자 지위에서 협상 단계였던 가덕도 신공항 사업이 반영됐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 사업이 수주 실적에 영향을 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대우건설의 신규 수주 실적은 지난 2022년 14조1295억원 달성 이후 2년 내리 하락세를 걷고 있다

그 만큼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외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잇따라 암초를 만나면서 올해 신규 수주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빌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대우건설의 신규 수주액은 2조8238억원으로, 계획 대비 달성률은 19.9%다. 국내 수주액은 2조6605억원으로, 목표의 27.1%를 달성했지만 해외 수주는 1633억원으로, 목표의 3.7%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측은 연내 추진 중인 사업이 많은 만큼 수주 실적을 예단하긴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실제 올해 수익성 중심으로 수주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에 착공했으며, GTX-B노선은 올해 6월 말 착공을 목표로 하는 등 국내 민자사업을 통해 서울·수도권 교통망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도시정비사업 분야에서는 지난달 공사비 2981억원 규모의 경기도 군포1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사로 선정되며 올해 마수걸이 수주에 성공했다.

해외 건설에서는 체코 원전 프로젝트 외에 대형 프로젝트들이 예정돼 있다.

지난 4월 1조원 규모 투르크메니스탄 미네랄비료공장에 대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본계약을 위한 마무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또 지난해 투자자 승인을 받은 베트남 타이빈성 '끼엔장 신도시'사업 또한 현지 법인 설립 및 주주간협약을 완료한 상태다.

아프리카 신규 시장은 모잠비크에서도 기수주했지만 지정학적 원인으로 지연됐던 LNG(액화천연가스) 플랜트 프로젝트로 사업이 재개돼 현장을 개설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이라크 알포(Al Faw) 신항만 개발 사업(1조8000억원), 리비아 인프라 복구 사업(9000억원) 등 굵직한 파이프라인을 갖췄다.

대우건설은 북미, 아프리카, 동남아시아를 3대 축으로 삼아 해외 도시 개발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현지 관계자 및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체코 원전 계약 지연이 장기화하더라도 나이지리아, 이라크, 투르크메니스탄 등 해외 파이프라인이 깔린 다른 사업들에서 성과도 기대할 수 있고 토목 사업 역시 진행 중이거나 신규 사업들이 있기 때문에 현재 상황만 놓고 수주 실적을 예상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주 산업 현실과 특성을 고려해 장기적인 시계열로 사업이 어떻게 흘러가야 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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