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중견 건설사의 기업회생절차(법정 관리) 신청이 줄을 이으면서 건설업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022년부터 이어져 온 건설경기 침체를 이겨내지 못하고 법정 관리를 신청하는 건설사들이 올해에만 5곳에 달하며 줄도산 공포가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택 브랜드 '엘크루'를 보유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이 지난달 27일 수원회생법원에 법정 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23년에도 법정관리 개시 명령을 받았다가 2년 만에 다시 경영난에 빠진 것이다.
지난 1969년 세림개발산업으로 출범한 대우조선해양건설은 재무상황 악화로 지난 2022년 말 법정 관리를 신청한 이후 다음해 2월 개시 명령을 받았다.
법정 관리 과정에서 매각 절차에 돌입했고, 2023년 8월 부동산 개발업체 스카이아이앤디에 인수돼 지난해 말 법정 관리를 졸업했다.
하지만 이후 건설·부동산 경기가 급속하게 얼어붙으면서 스카이아이앤디가 관련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건설의 부채비율은 2023년 말 기준 838.8%다.
최근 법정 관리를 개시한 신동아건설의 부채비율(428.8%)의 2배에 달한다.
시공능력평가 71위의 중견 업체인 삼부토건도 지난달 24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대형 건설사들에 비하면 회사 규모는 작지만 1948년 설립돼 77년 업력을 가진 데다, 국내 1호 토목 건축 공사 면허 보유사라는 점에서 국내 건설 업계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이 컸다.
그러나 2020년부터 4년 연속 영업 적자를 냈고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영업손실도 6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5.6% 확대됐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838.5%에 달한다.
2024년 시공 능력 평가에서는 116위로, '디오르나인'이라는 주택 브랜드를 보유한 안강건설도 같은 날 기업 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 경기 안산시 단원구 물류 센터의 책임 준공 기한을 지키지 못해 830억원의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채무를 떠안으면서 재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기준 매출액은 2333억원, 당기순이익은 11억1000만원, 부채비율은 157.5%다.
앞서 주택 브랜드 '파밀리에'와 63빌딩 시공사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도 지난 1월 법원에 회생을 신청했다.
2019년 11월 워크아웃에서 벗어난 지 5년여 만으로, 시공 능력 평가 58위 중견기업임에도 60억원짜리 어음을 막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됐다.
경남 지역 2위 건설사인 대저건설도 지난 1월 법정 관리를 신청했다.
대저건설은 건설 경기 침체로 인해 미수금이 증가한 가운데 공동 시공사인 신동아건설의 법정관리로 연쇄 타격을 입으며 재무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실제로 서울 강서구 마곡 마이스 복합단지 개발사업과 경기 시흥 신천동 오피스텔 개발사업에서만 300억원 이상의 공사비를 회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불과 2개월여 만에 5개 중견업체가 법정 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사 줄도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방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미 자금 유동성에 한계가 온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토부 건설산업통계 조사 결과, 지난해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모두 29곳으로, 2019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작년(21곳)보다 9곳 늘어난 수치다. 부도 건설업체 수는 2021년 12곳, 2022년 14곳, 2023년 21곳, 2024년 29곳 등 4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도 업체의 86%(25곳)는 지방 소재 건설사였다. 상대적으로 자금력과 경쟁력이 약한 지방 건설사부터 타격을 받는 모양새다.
작년에 부산에서만 무려 6곳의 건설업체가 부도가 났고, 전남에서는 4곳이, 경기와 경남에서 각각 3곳이 부도 처리됐다. 서울에서는 전문건설업체 1곳이 부도가 났다.
한 중견업체 관계자는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PF 사업 부채나 미분양 증가 등 각 사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결국 버티지 못하고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것 같다"면서 "대기업들은 계열사나 자산이 있고 그룹 지원을 받아 유동성 관리가 가능한데 중소업체는 한 프로젝트가 잘못되면 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데다 2~3년간 누적된 건설 경기 침체 영향이 직격탄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계속 어려웠기 때문에 점점 더 버티기 어려운 곳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면서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으면 재정흐름도 악화하고 법정 관리 위험한 회사들이 더 나올 것이라 본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원청이 법정 관리에 들어가면 하청인 전문업체들도 위험해지고 원도급사를 공유하는 업체들에도 영향이 갈 수 있기 때문에 업계도 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건설사들의 위기를 업계 전체의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원래 경기에 따라 등락을 거듭하며 업황의 등락이 있을 때마다 우량 기업들을 중심으로 업계가 재편된다"며 "일부 취약 기업의 사례를 업계 전체의 위기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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