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4대 금융그룹이 지난해 견조한 대출 성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KB금융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 처음으로 '5조 클럽'에 입성했고, 우리금융도 3조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도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갔다.
이들 금융그룹이 지난해 이자장사로만 42조원에 육박하는 이익을 거두며 기초를 다졌다면, 비은행 계열사들은 그룹 간 실적을 가르는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경영전략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금융그룹들은 또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역대급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환원 계획을 제시하기도 했다.
◇은행 끌고 비은행 '뒷받침'···신한銀, 6년 만에 '1위' 탈환
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해 연간기준 합산 당기순이익은 16조4205억원으로 전년(14조8938억원) 대비 10.25% 증가했다. 4대 금융 순이익이 모두 개선된 가운데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KB금융의 경우 지난해 초만해도 홍콩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배상으로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으나 탄탄한 은행·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사상 첫 5조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연간 당기순이익 규모는 5조782억원으로 전년(4조5948억원)과 견줘 10.5% 늘었다.
KB금융 호실적에 크게 기여한 비은행 부문 순이익을 보면 △KB손해보험 8395억원(전년比 17.7%↑) △KB증권 5857억원(50.3%↑) △KB국민카드 4027억원(14.7%↑) △KB라이프 2694억원(15.1%↑) 등을 기록했다. KB금융 실적이 다른 금융그룹을 크게 앞설 수 있던 것은 지난 몇 년간 집중해온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KB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비중은 40%에 달한다.
뒤이어 신한금융은 4조517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대출영업을 잘한 은행 순이익이 두자릿수(20.5%) 성장률을 기록한 가운데 증권(143.6%↑)·보험(11.9%↑) 등 비은행 계열사에서도 좋은 실적을 냈다. 신한금융의 경우 순이익이 지난 2022년(4조6423억원)에 소폭 못미치지만, 당시 신한투자증권 사옥 매각(6400억원)에 따른 일회성 요인이 반영됐던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역대 최고 실적이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은 9.3% 증가한 3조7388억원의 순이익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시장금리 하락, 고환율 등의 여파로 실적 악화가 우려됐으나 은행 IB 수수료, 퇴직연금 및 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 신용카드 수수료 등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으로 최고 실적을 시현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의 호실적에 힘입어 순이익 '3조 클럽' 재입성에 성공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860억원으로 전년보다 23.1% 늘었는데 이는 지난 2022년(3조1693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다만, 우리금융의 경우 은행 순익 비중이 98%에 달하는 등 상대적으로 빈약한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약점으로 꼽힌다. 동양·ABL생명 인수 등 우리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별 실적을 보면 신한은행이 지난해 3조6954억원(전년比 20.5%↑)을 기록, 6년 만에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했다. 뒤이어 △하나은행 3조3564억원(3.5%↓) △KB국민은행 3조2518억원(0.3%↓) △우리은행 3조394억원(21.3%↑) 순이었다.
은행들은 시장금리 하락에 따라 순이자마진(NIM)이 모두 떨어졌음에도 견조한 대출 성장을 바탕으로 3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냈다. 4대 은행 실적의 바탕이 된 이자이익은 총 41조8763억원으로 전년(40조6208억원)과 비교해 3.1% 늘었다.
◇고환율에도 양호한 CET1···주주환원도 '역대급'
지난해 12·3 계엄사태, 미중 무역분쟁 가능성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금융그룹 보통주자본비율(CET1)에도 악영향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지만, 적극적인 자본관리를 통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환율이 오르면 신용위험가중자산(RWA)이 늘어 그룹의 자본력을 나타내는 CET1비율이 떨어질 수 있다. 금융그룹들이 CET1비율과 연계된 주주환원책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CET1비율이 떨어지면 그만큼 주주환원 여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의미다.
이를 우려한 그룹들은 지난해 4분기 위험도가 높은 RWA 자산을 축소하는 등 적극적인 자본관리에 나섰고, CET1비율 하락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다. 12월 말 기준 CET1비율은 △KB금융 13.51% △하나금융 13.13% △신한금융 13.03% △우리금융 12.08% 등이다.
각 사는 안정적인 자본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주주환원책도 공개했다. KB금융은 5200억원어치 자사주 매입·소각을 포함해 올해 1조760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시행하기로 했다. 1조7600억원은 지난해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 13.51% 중 13%를 초과하는 자본에 해당한다. 하반기에도 CET1 13.50% 초과 자본을 추가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2024년 결산 현금배당으로는 주당 840원을 결의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15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포함, 총 6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여기에 1조1000억원 규모의 배당으로 총 1조7500억원을 상회하는 주주환원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4분기 주당 배당금은 540원으로 확정했다.
하나금융도 올해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실시하기로 했다. 그룹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아울러 주당 1800원의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올해부터는 연간 현금배당총액 고정, 분기균등 현금배당을 시행해 배당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할 계획으로, 이는 전년 대비 약 10% 증가한 규모다. 주당 660원의 결산배당을 결의하는 한편, 올해 비과세 배당을 통한 배당수익률 확대, 분기배당 선진화 절차 도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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