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전경 (사진=우리은행)
우리금융지주 전경 (사진=우리은행)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은행계 금융지주사 중 처음으로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기로 한 반면, 타 금융지주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지난해 2월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들고 나오면서 주주 친화적인 기업에 각종 혜택을 약속한 바 있다. 비과세 배당은 대표적인 밸류업 방안 중 하나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지난달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자본준비금 3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해 비과세 배당 재원으로 활용하는 내용의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의결했다. 은행계 금융지주사가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잉여금을 재원으로 배당하는 일반 배당과 달리, 비과세 배당은 자본준비금을 재원으로 한다. 이때 자본준비금은 주식발행초과금 등 영업활동 외 거래로 발생한 잉여금이므로 비과세 대상이 된다.

우리금융이 마련한 자본준비금 3조원은 주식발행초과금(주식 발행 시 액면가를 초과한 금액)과 지난 2019년 지주사 출범 당시 각 자회사들과의 주식 교환을 통해 발생한 차익으로 구성됐다.

이번 비과세 배당은 '2025년 회계연도 결산배당'부터 적용되므로, 주주들에게 처음 비과세 배당이 적용되는 시점은 내년 초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의 결산배당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일이 통상 2월 말인 만큼 내년 2월 말까지 우리금융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면 배당소득세(15.4%)를 떼지 않고, 배당수익 100%를 고스란히 받을 수 있게 된다.

예컨대, 이번 2024년도 결산배당(1주당 660원)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금융 주식 1000주를 보유한 개인 투자자는 세후(15.4% 과세) 배당금으로 55만8360원을 받지만 비과세 배당이 적용되면 66만원을 받을 수 있다. 주식을 많이 보유할수록 비과세 배당에 따른 배당수익 규모도 늘어나게 된다.

이 배당금은 종합과세 대상도 아니어서 주주들의 세금 부담 역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일반 배당의 경우 연간 금융소득(배당금+이자)이 2000만원을 초과한다면 사업·근로 등 다른 종합소득과 합산해 누진세율(6.6~49.5%)이 적용된다.

이처럼 배당수익을 높일 수 있고 세금 부담도 덜 수 있어 주주 호응도가 높은 '비과세 배당'이지만, 다른 금융지주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비과세 배당 도입을 둘러싸고 이해관계자 간 입장차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과세당국과의 관계다. 비과세 배당이 세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지주사가 비과세 배당을 도입할수록 과세 당국이 거둬들이는 세금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예컨대 2024년도 기준 우리금융의 1주당 연간 배당액은 1200원으로, 이에 따른 총 현금배당액은 약 8911억원이다. 이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일반 배당을 실시하면 총 배당액의 15.4%인 약 1372억원이 세금으로 잡힌다.

같은 기준으로 KB금융의 배당 과세액은 약 1923억원(연간 1주당 배당액 3174원·총 현금배당액 약 1조2490억원), 신한금융 약 1675억원(2160원·1조874억원), 하나금융은 약 1593억원(3600원·1조341억원) 등이다. 4대 금융이 모두 비과세 배당을 할 경우 연간 약 6500억원이 넘는 세수 구멍이 발생하는 셈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비과세 배당을 할 때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검토가 다 끝났다고 하더라도 금융회사는 기본적으로 정부 당국과의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에, 당국과 사전에 의견 교환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연간 6000억원이 넘는 세수 펑크를 반길 리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비과세 배당의 재원이 되는 자본준비금을 지속 확보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우리금융이 비과세 배당을 도입하면서 마련한 자본준비금은 총 3조원으로, 이는 향후 3년치 배당에 활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3년 후에도 비과세 배당 정책을 유지하려면 다시 자본준비금에서 돈을 빼야 하는데, 향후 이 회사의 경영 성과와 업황이 악화된다면 충분한 재원 마련이 어려워질 수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비과세 배당은 영구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라며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다시 일반 배당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그렇게 됐을 때 주주들 실망감은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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